이기택대표­박관용실장의 만남/양승현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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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5-14 00:00
입력 1993-05-14 00:00
13일 상오 국회 대표실의 이기택 민주당대표는 무언가 몹시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어떻게 말을 해야하나』

그는 조용히 담배를 피워 물더니 이내 꺼버렸다.

『어서와.얼굴좋네.악수나 한번 합시다』­주돈식정무와 홍인길총무수석을 대동하고 대표실로 들어서는 박관용비서실장을 보고 이대표가 존댓말도,그렇다고 반말도 아닌 첫인사를 건넸다.

『일찍 못찾아와 죄송합니다』 박실장의 인사가 이어졌고,『아니,바쁠테니까….살다보면 가까운 사람도 자주 못만나는 일이 있고 먼 사람도 자주 만나는 일이 있지,뭐』이대표가 정감있게 받아 넘겼다.

이대표는 여기에서 박실장을 「가까운 사람」으로 지칭하는 듯했다.「가장 오래된 깊은 인연의 동지」­두사람의 관계는 이 표현으론 부족할지 모른다.박실장도 이를 염두에 둔듯 『대표와 저는 온 국민이 아는 사이』라고 말을 이었다.

「정치동반자」로서 두사람의 역사는 실로 깊다.박실장은 지난 67년 7대 국회의원으로 출발한 이대표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그가 원내에 입성한 것은 11대때인 지난81년.당시 이대표는 정치규제에 묶여 출마할수 없게되자 대신 박실장이 이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동래에서 출마,당선된 것이다.그뒤 4년이 지나 85년 그 유명한 2·12 총선이 실시되자 규제에 풀린 이대표는 해운대로 지역구를 옮겼고 박실장은 그대로 동래를 지켰다.어찌보면 정치인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지역구를 물려준 셈이다.정계은퇴면 몰라도 흔치 않은 일이어서 아직도 정치권에서 회자하고 있다.

기막힌 관계인 두사람이 의견을 달리하게 된 것은 87년 이민우총재의 신민당시절.이때 김영삼대통령이 이총재 노선의 잘못을 지적,통일민주당을 창당하자 박실장은 곧 뒤따랐으나 이대표가 한때 망설이면서 갈라서게 됐다.그뒤 두사람은 각기 다른 길을 걸었고 한사람은 야당대표,다른 한사람은 여권실세인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렇지만 15분간의 대화에서도 드러나듯 두사람은 이날 「웃으며」헤어졌다.『자주 만나자』는 말과 함께.

『동래사람들도 오늘은 좋아하겠제』 박실장을 보낸뒤 이대표가 한 말이었다.재산공개 파문에서 보듯 「정치무상」이 아닌「정치권의 변화」를 느끼게 한 해후였다.
1993-05-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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