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외언내언)
수정 1993-04-05 00:00
입력 1993-04-05 00:00
이교수 못잖게 나무를 예찬하는 사람이 헤르만 헤세이다.『한 그루의 아름답고 굳센 나무만큼 신성하고도 모범적인 것은 없다』(글과 그림의 책「방랑」)고 그는 감동한다.다시 이렇게 덧붙인다.『나무는 나에게 있어 가장 설득력 있는 설교자였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을 나는 존경한다.그러나 나무가 홀로 서있을 때 나는 더 존경한다.나무는 베토벤이나 니체 같은,위대한 고독자의 모습 그것이다』
5일은 그 나무를 심자는 식목일이다.이교수나 헤세에 의한다면 철학을 심는 날이지만 이규호시인의 노래에 의하자면 『꿈을 심는다/이땅의 야망을 심는다/피와 핏줄로 엉킨 사랑의 씨앗을 심는다…』(식목일에 부쳐)는 날이기도 하다.광복 이후 50년 가까이 우리는 해마다 『꿈을 심고 야망을 심고 사랑의 씨앗을 심어왔다』.그 동안 형식에 흐른 식목일이나 육림의 날 행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노력의 결과로서 「민둥강산」을 「푸른강산」으로 바꾸어 놓았다.그리고 우리는 이제 「질의 조림」의 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그것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가야 할 아름다운 유산이다.
산성비로 삼림이 말라죽어간다는 유럽쪽 얘기를 전해 들은 지는 오래다.그런데 우리에게도 그 현상이 다가온 듯싶어 걱정이다.서울시립대 이경재교수 조사에 의하면 비원의 나무들이 산성비로 죽어간다지않던가.식목일에 식목하는 손의 힘이 빠지는 것만 같다.
1993-04-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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