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소리 녹음기에 담는다/경주박물관,마지막 타종계획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3-03-21 00:00
입력 1993-03-21 00:00
◎개구리·풀벌레소리 없는 4월이 적기/자정∼새벽 4시 주변도로 차운행 통제/12세기동안 비바람 견뎌… 곧 영구보존위해 실내이동

「개구리가 울기 전에 에밀레종을 울려라」

국립경주박물관이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개구리가 울어대는 계절에 앞서 4월안에 정밀 녹음할 국내 기술진을 찾고 있다.

에밀레종이라 불리기도 하는 성덕대왕신종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거종.지구상에 현존하는 종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평가를 일찍부터 들어왔다.국립경주박물관이 이 종소리를 담는 시한을 4월로 못박고 서두르는 것은 1년중 4월이 아니면 녹음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주시가지에서 조금 벗어난 반월성 곁에 있는 경주박물관은 논과 밭으로 둘러 싸여 개구리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지역.따라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한 5월 이후에는 종소리를 녹음할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또 가을이 되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끊기는 대신 귀뚜라미 등 풀벌레 소리가 요란해진다.그렇다고 겨울에 하자니낮은 기온으로 쇠의 재질이 크게 수축되어 제울림이 나지 않는데다 자칫 종 자체에 돌이킬수 없는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경주박물관은 또 포항·울산으로 통하는 7번국도와 이웃하고 있어 대형트럭의 소음이 극심하다.그래서 이난영경주박물관장은 이미 박준영경주경찰서장으로부터 교통통제에 따른 협조를 약속받아 놓고 있는 상태.녹음이 이루어질 0시부터 새벽4시 사이에는 7번국도를 지나는 차량을 시내 쪽으로 우회시킬 계획이다.또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경주 시가지의 생활소음도 역시 만만치 않은 방해요소.박물관측은 이에따라 지역의 언론매체를 이용해 녹음중에는 소음을 내지 않도록 주민들의 협조를 구할 방침까지 세워 놓았다.

이관장은 녹음 이유를 『이 종소리를 녹음해 보급하는 것은 단순히 자료를 보전하자는 것이 아니라 종소리에 담겨있는 정신문화를 전해 주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그럼에도 아직까지 한번도 완벽한 녹음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간이 음향장비로 몇차례 녹음을 시도한 경우가 있으나 종소리의 아름다움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게다가 지금까지는 정상적인 음향을 간직하고 있으나 1천2백년에 가까운 장구한 세월 동안 풍상을 견디어 온 만큼 언제 소리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이다.박물관 마당의 야외 종루에 매달려 있는 이 종을 영구보존하기 위해서는 조만간 실내로 옮겨야 할 상황이고 보면 종소리 녹음은 시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 90년 성덕대왕신종과 상원사종 등 대표적인 종을 모두 녹음 보존하는 「한국의 종」을 기획한 바 있는 문화체육부 이돈종생활문화과장은 『당시에는 당목이 당좌에 부딛치는 마찰음의 제거 등 기술과 녹음환경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장애요소가 모두 제거된 만큼 경주박물관의 작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종」작업도 다시 시작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경주=서동철기자>
1993-03-21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