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한푼도 받지않겠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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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3-06 00:00
입력 1993-03-06 00:00
재임 5년간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는 김영삼대통령의 폭탄선언은 가히 「혁명적 결단」이라고 부를만하다.이 선언은 앞으로 한국정치의 모습을 엄청나게 바꿀 변화의 촉진제가 될 것이다.정치자금문제의 개선 없이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건 우리 정치사가 웅변하고 있다.문제의 핵심을 꿰뚫은 김대통령의 용단에서 우리는 이 나라 정치사에 수많은 의혹과 불신을 남긴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가 단숨에 잘리는듯한 쾌감을 맛본다.부패 척결과 정치 정화를 겨눈 김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와 과감한 도전에 큰 기대와 찬사를 보낸다.

정치자금 배격은 우리 정치사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시도하지 못한 난제였다.아니,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치자금문제의 개선은 기약없는 과제로 치부되고 있다.거기에 김대통령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지난해 대통령 당선 후 지금까지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았다는 그의 뚝심에서 우리는 이미 개혁의 성공을 내다본다.

우리나라에서 역대 정권의 개혁 시도가 결국 왜 왜소화되고 실패로 끝났는지를 되돌아 보면 김대통령의 이번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과거 우리의 통치자들은 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정치자금 조달은 개혁과 무관한 「성역」으로 온존시켰다.정권의 정통성이 부족한 그들이었기에 충성심을 사들일 정권유지비가 필요했고,이를 조달하자니 개혁에 예외를 두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통치자는 정경유착의 그늘에서 막대한 검은 돈을 챙기면서 다른 사람에게만 깨끗하라고 호령한다면 그런 개혁이 성공을 거둘리 없다는 건 자명하다.김대통령의 정치자금 거부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노출되지 않은 통치자의 부조리와 개혁의 걸림돌을 자발적으로 제거한것이다.윗물맑기운동을 수범한 그에게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

김대통령의 정치자금 배격은 모험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이제 그는 돈에 크게 의존했던 과거의 통치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지도력과 인사권만을 갖고 정치를 끌어가야 한다.과거 통치자들이 매월 거액을 집권당 운영비로 내려 보내고 선거 때면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자금까지를 마련했던 일을 상기한다면 그의 정치자금 거부는 더욱 강력한 지도력의 발휘를 자신에게 다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의 이번 선언으로 윗물맑기운동이 확산의 전기를 맞고 개혁에 대한 국민 신뢰가 한층 고양될 것은 분명하다.이보다 더 중요한 파장은 정치권에 대한 변화 촉진일 것이다.정치권,특히 여당은 당장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자력으로 확보하고 당 살림을 크게 축소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직면했다.궁극적으론 돈이 적게 드는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소모적인 선거제도와 정치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김대통령의 용단을 뒷받침할 정치제도와 정당운영의 혁신등을 정치권에 촉구한다.
1993-03-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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