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오는 날」을 앞둔고(박갑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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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2-24 00:00
입력 1993-02-24 00:00
이 때까지의 정부가 물러서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장과 구성원이 갈리는 일 또한 무심히 흐르는 시간 위에 있다.다만 그날 그 시간을 가는 시간으로서 맞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같이 오는 시간으로서 맞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하지만 그날 그 시간이 지나느라면 오는 시간으로서 맞이했던 사람들 또한 가는시간을 느끼면서 흐르는 세월의 노를 젓게된다고 할 일이다.우리 모두가 그렇게들 가고오며 흐르는 궤적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는 것이리라.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속에 이런 시가 보인다.『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질)없는 황금과 밤의 올(사)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없는 영원한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님이여,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오,이별이여.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이별은 미의 창조」전문)
이 시집에는 「오서요」도 있다.『오서요.당신은 오실 때가 되었어요.어서 오서요.당신은 당신의 오실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당신의 오실 때는 나의 기다리는 때입니다.당신은 나의 꽃밭으로 오서요.나의 꽃밭에는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이하 생략)』.5년동안 애를 쓰다가 물러나는 「미의 창조」의 정부와 그 수장,그리고 5년 동안의 무거운 짐을 안고 새로 들어서는 「오실 때가 된」정부와 그 수장을 위해 70년 전에 읊조려 둔 만해선사의 선물이었다고 생각하자.
「맹자」에는 공자를 찬양하는 글이 많다.그 중에서 「시작」과 「끝맺음」이 있는 날(25일)을 앞두고 되새겨 볼만한 대목을 옮겨본다(만장장구하).맹자는 말한다.『공자는 성인으로서 때를 알아서 해나간 사람이었다(성지시자야).이런 분을 가리켜 집대성했다고 하는 것이다』.여기서 집대성했다고 하는 것은 금속의 소리에다 옥의 소리를 떨쳐냈음을 뜻한다.『금속의 소리란 조리있게 시작하는 것이고 옥의 소리를 떨쳐낸다함은 조리있게 끝맺는다는 것이다.조리있게 시작함은 지혜로운 사람이 하는 것이고 조리있게 끝맺음은 성덕을 지닌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계주와도 같은 25일의 「시작」과 「끝맺음」이다.「지혜로움」과 「성덕」이 얼려 금속의 소리에다 옥의 소리까지 떨쳐내면서 가속이 붙는 국운을 열어 나가게 돼야겠다.<서울신문 논설위원>
1993-02-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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