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교교사 3년의 결실/윤국진 보령군 송학국교 송도분교 교사(교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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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2-04 00:00
입력 1993-02-04 00:00
주민들의 생활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가는 시간은 새벽 3시가 예사였다.아이들은 자연 꼭두새벽부터 학교로 모여들게 마련….
달포쯤 지켜본 어린이들은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가 수정처럼 맑았다.
또 아주 건강해서 새로 시설한 철봉이 채 2년을 버티지 못하는 강한 바닷바람 속에서도 끄떡 없이 뛰어다녔다.
그러나 씩씩하고 착한 그들에게는 미래를 설계할 체험적 정보들이 매우 부족했다.
사설 학원에서 쓰다 버린 8비트 컴퓨터를 얻어다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그 무렵이었다.
봄가을 소풍은 가능한대로 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았다.방학이면 어린이들을 밖으로 내몰았고,전교생을 소년단에 가입시켜 도회의 어린이들과 어울릴 기회를 늘려보았다.
사실 이런 일들을 추진하기엔 불안한 구석들이 있었지만 믿고 지원해주신 김기래교장선생님과 교육청 장학사님들의 격려와 학부모님들의 신뢰가 큰 힘이었다.
그러기를 3년여….어린이들의 모습이 많이도 변했다.8비트가 의젓한 XT로 변했고 아이들은 그걸로 만화를 그리고 있다.소년단 활동에 나서서 도회의 어린이들과 만나면 어깨가 두 뼘쯤 더 벌어지는 것 같다.바닷가를 뛰어다니다 망둥이나 물새 새끼를 들고와서 선생님께 군밤을 먹어도 그들은 시골뜨기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눈치다.
부족한 시설과 도서를 어린이들에게 개방해 놓고 속썩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로 한다.
해가 지는 대천 앞바다의 하늘에 또 파도가 밀려온다.
교실에도 물소리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흘려놓고 간 물빛 웃음소리들이 또 한바퀴 빈 교실을 돈다.
1993-02-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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