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삼가는 마음/김향숙(여성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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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2-03 00:00
입력 1993-02-03 00:00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시절엔 알뜰한 살림을 해보겠다는 마음에서 살림꾼으로 소문난 친구따라 이리저리 싼 시장을 찾아 다녔었다.야채·과일과 생선종류는 전문도매시장에서 샀으며 옷가지도 꼭 백화점 세일때만 구입한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요즘 나는 식료품은 물론이고 옷이라든지 거의 대부분의 생활용품들을 살고 있는 동네가게에서 사들인다.전문도매시장이나 백화점의 세일을 이용한다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체득한 결과이다.
백화점의 세일에도 함정은 있기 마련이었다.값이 싸다는 점에 홀려 그 상품이 꼭 필요한 것인지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필요이상으로 많이 사게 되어결국 버리게 되는 수가 많았다.사실 집안에 없어도 그만인 물건이나 옷들은 거의다 세일에서 사들였던 경우들이 많다.굳이 백화점세일을 기다리지 않아도 아파트단지내 보세품가게나 양품점을 잘만이용하면 백화점 세일가격 밑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옷들을 살수 있다.
새로 나온 책을 사보는 것도 내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이것 역시 동네 책방을 이용한다.
물론 규모가 작기 때문에 원하는 책이 제때제때 비치되어 있진 않지만 신문의 신간안내란에서 필요한 책을 메모해 두었다가 전화로 주문하면 며칠가지 않아 가져다 준다.
동네나 큰 시장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물건값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주부노릇의 원칙은 어떻게 하면 바깥나들이를 가급적 줄일 수 있을까로 요약되는 셈이다.
나이를 한해 두해 먹어가면서 더욱 절실히 다가오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탓인지 나의 주부 역할은 오늘도 낙제점을 겨우 면한 선상에서 이어지고 있다.<작가>
1993-02-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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