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에 우리는(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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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2-31 00:00
입력 1992-12-31 00:00
92년에 우리는 그런대로 위대했다.다소 비틀거리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총체적 위기」에 겁먹으며 보낸 한해였지만 그런 상황을 그런대로 슬기롭게 극복했다.여전히 평화노력을 성공적으로 이루었으며 힘은 들었지만 경제파국은 면했다.세계가 신음하며 보낸 1992년에 이만큼이라도 견딘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의 선전은 우리의 커다란 영광이었다.올림픽한국의 저력을 과시하면서 반세기만의 숙원인 마라톤 제패의 꿈도 이뤘다.온국민이 동시에 승화의 경지를 맛본 이 쾌거는 한국인의 불굴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인 열거로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 92년의 우리가 해낸 가장 값진 일의 하나는 평화에 관한 노력과 민주화 마무리의 정성이다.깨어나기 시작한 아시아 사회주의의 종주국 중국과의 수교에 성공했고 북방정책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왔다.지구상에서 이념의 갈등으로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도 한국만큼 평화에 대해 긍정적인 신념과 노력을 잃지 않고 있는 나라가 또 있겠는가.그리하여 그 성과를 우리만큼이라도 거둔 나라가 또 있겠는가.스스로 대견하다.

뭐니뭐니해도 우리가 가장 자부할 수있는 일은 92년의 도미를 장식한 대통령선거였다.그것으로 우리의 「민주화 마무리」를 위한 정성은 충분히 평가받을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놀랄만한 성숙성으로 꼭알맞고 꼭필요한 만큼의 선거결과를 만들어 문민대통령을 뽑았고 『아름다운 승복의 드라마』도 연출했다.남들에게는 예사로울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만한 결과를 얻기까지 한올의 생략도 없이 오랫동안 민주화의 시대를 직조해온 나라다.

다가오는 시대를 보라빛 꿈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음도 우리는 안다.그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좌절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그것이 이 세모에 우리가 간직하고 새로운 해를 맞는 재산이다.

92년에 우리는 그래도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은 위대한 해를 보냈다.
1992-12-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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