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맡은일에 최선을/손상규(소리)
수정 1992-12-24 00:00
입력 1992-12-24 00:00
친구들은 특별히 급한 일이 아니면 집으로 연락을 하는데 혹시 잘못 찾아온게 아닐까 싶어 재차 확인을 해도 맞는다는 것이다.
학교동기들도 만난지가 오래 되어 내가 구치소에 근무하는지도 잘 모를텐데 누가 불쑥 찾아왔을까 싶어 궁금증을 더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상도 하지 않은 중학교 동기동창생 3명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몇번이나 동기들의 모임에 참석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지만 근무여건상 시간맞추기가 어려워 건성으로 간다는 대답만 한지도 오래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만난 동기생들이라 벌써 20년도 넘은 긴 세월이다.
육군소령,건축사,토건주식회사 대표의 신분을 가지고 찾아왔다.
강산이 두번 변한 세월에 까까중머리 중학생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중년이 된 것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친구들의 말로는 모임에 참석하면 서너 명만 제외하고는 전부 승용차를 가지고 온다고 한다.
공무원생활 10년만에 겨우 셋방살이를 면한 나와 비교하면 승용차란 단어조차도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짧은 시간에 그동안의 회포를 푼다는 것은 불가능하여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지니 착잡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시골 고향의 읍내에서 중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남녀공학이라 재미있는 일도 많았었다.
단발머리의 소녀들도 지금쯤은 모두 중년부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모처럼 동기생들을 만나고 나니 새삼스럽게 20년전 학창시절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올해도 서서히 저물어간다.
나이 한살을 더 먹는 것과 함께 동기생들의 의식도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각자 맡은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정과 사회,나아가서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부산구치소 보안과>
1992-12-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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