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도 에이즈퇴치운동 반발(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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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1-09 00:00
입력 1992-11-09 00:00
◎말련서 “성문란 오히려 조장” 외면/콘돔자판기 설치·권장정책 백지화/당국은 도덕·종교적 저항 완화에 안간힘

말레이시아에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퇴치운동이 벽에 부딪치고있다.심지어는 정부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이즈 예방및 퇴치운동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비난에 가까운 조롱까지 받을 지경이다.

이처럼 말레이시아에서 에이즈 퇴치운동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절대 다수가 성의 개방을 금기시하는 회교도들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부당국이 각종 성교육이나 콘돔의 사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오히려 『섹스를 조장한다』는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말 현재 말레이시아의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수는 3천7백35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60여명은 에이즈 양성환자이고 40여명은 병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같은 에이즈 보균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많은 편은 아니지만 보균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난 86년에비하면 무려 30배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당국은 에이즈 예방및 퇴치운동의 일환으로 우선 콘돔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정책을 펴려고 했으나 곧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고민끝에 시내 중심가와 유흥가등 번화가에 콘돔 자동판매기를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자판기가 불법 섹스를 조장한다』는 비난에 직면,「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백지화해야했다.

또 최근에는 보건당국이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에이즈 예방관련 비디오를 상영하려했다.하지만 이것마저 『한 쌍의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을 담고있다』는 이유로 학교측에 의해 보기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리 킴 사이 보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도덕과 종교적 금기에 바탕을 둔 저항을 받고 있기때문에 우리는 두 손이 묶여있는 처지』라고 한탄했다.그는 이어 『우리는 오는 2천년까지 개발도상국들에서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수가 3천만∼4천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정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는 태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에이즈를 예방하기위해 『마약중독자들이 깨끗한 주사기를 사용토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가 곤혹을 치르기도했다.한 신문독자는 투고를 통해 『이젠 정부가 마약중독을 조장하려 하고있다.정부는 마약중독자들에게 충분한 주사바늘을 공급할 의향이 있다는 말인가』라고 신랄히 항의했다.

하지만 이같은 와중에서도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14세이상 학생들에게 「가정의 건강」이라는 제목으로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데는 성공했다.물론 종교담당 관리들은 이에대해 전제조건을 달고있다.

현대판 흑사병인 에이즈가 번지는 것을 막기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또 다른 묘안을 짜내지않으면 안될 입장에 놓여있다.<오승호기자
1992-11-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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