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험생 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은적이 있다.성적이 별로인 아들이 「서울상대」를 택하자 정작 힘들었던 것은 「큰남자」를 설득하는 일이었다고.여기서 「서울상대」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대학」으로 서울 변두리 대학을 뜻한다.그리고 「큰남자」란 아이 아버지인 남편을 말하는 것.『그것도 대학이라고 내아들을 거기 보내야 하느냐,재수라도 시키자』며 승복을 안해 수험생에게보다도 더 『그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었다.◆우리나라에서 수험생어머니가 겪는 스트레스는 가지가지다.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한국사회학회가 조사를 해보았다고 한다.부모중에서도 대부분의 어머니가 받는 스트레스는 아주 심해서 소화불량에 걸리고 두통,귀가 울리는 증세 따위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이런 일은 전문적인 분석을 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어머니가 질병으로까지 발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동안 다른 가족도 그에 준하는 스트레스를 어떤 형태로든 받게 된다.◆온 가정이 수험생중심으로 돌아가기때문에 동기간은 동기간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부모는 부모대로,「큰남자」「작은남자」는 각각 그들대로 불안과 불만 불평을 느끼며 심한 갈등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기까지 가정이 온통 시달림을 당하는 것.◆어른들의 이같은 시련도 시련이지만 누구보다도 큰 갈등을 치르는 것은 수험생들 당사자들이다.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이같은 스트레스와 갈등을 일제히 겪는 시기를 지닌다는 일이 괜찮은 일인지 문득 심한 의구심이 든다.스스로만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에게 TV조차도 마음놓고 즐기지 못하게 하고 부부인 부모가 불화하는 빌미까지 제공하면서 보내야 하는 이런 불행한 시기를 감수성예민한 그들이 집단으로 겪어야 한다는 것은 국가장래를 위해 걱정스런 일이다.◆제도가 잘 개선되어 이런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하기를 고대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 이 시기를 맞는 어머니들의 고통을 줄이는 특별한 지혜라도 좀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1992-10-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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