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경계태세 허점” 드러나/중부지역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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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10-06 00:00
입력 1992-10-06 00:00
◎서해안 통해 제집 드나들듯 왕래/간첩신분 밝혔어도 신고 “전무”

「남한조선로동당 중부지역당」사건은 국민의 대공(대공)의식과 대간첩경계태세에 문제점이 있음을 단적으로 반영해준 사건이었다.

안기부가 5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남파된 북한의 공작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언동을 해왔으나 수사기관에는 단 한건의 신고도 없었으며 이들이 서해안등을 통해 북한을 「제집 드나들듯」오갔어도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당서열22위인 거물 공작원을 남파해 장기간 남한에 머물게하면서 동조자를 포섭,대규모 지하당을 구축하는등 대담한 대남공작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처럼 어느새 무디어진 우리사회의 대북경계의식에도 원인이 있다고 안기부는 분석하고 있다.

수사결과 북한 로동당 정치후보위원인 이선실(71·여)은 80년초 귀화한 조총련 신분으로 입국,서울등지에 아지트를 설치해 놓고 「제주 4·3사태 희생자유족」,「아들이 통혁당사건에 연루돼 행방불명된 가족」임을 자처하면서 재야단체에 접근했고,특별한 생계수단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는등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 왔으나 주위사람들은 물론 집주인마저도 「평범한 할머니」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이가 『이 세상에서 김일성장군만한 사람이 없다』는등 북한을 찬양·미화하고 무전교신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도 함께 동거해 온 김옥기씨(53·여·구속·보험외판원)처럼 대부분의 관련자들이 이가 간첩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체 신고하지 않았다는 게 안기부의 설명이다.

또 이와 함께 활동해온 북한공작원 권모(40대)는 90년초 제주도에 침투,시내 한 여관에서 주인에게 화장실을 북한에서처럼 「위생실」로 말해 스스로 크게 당황했으나 전혀 의심을 받지 않았고 같은해 8월쯤 땅투기꾼으로 신분을 위장,유성의 한 온천여관에 투숙하고도 부동산 거래를 전혀 하지않는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지만 오히려 주인한테 극진한 대접만 받았을 정도였다는 것.

이에게 포섭돼 입북까지 했던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36·노동)도 3백명에 가까운 동조자를 끌어들이면서 수차례에 걸쳐단순한 반체제·반정부 인물이 아니라 「조선로동당원」임을 밝히고 증거로 권총과 무전기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역시 황씨에 대한 신고는 한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K탄광 해고근로자 손근금씨(33)는 90년 11월초 황씨로부터 로동당가입을 권유받고 『간첩임을 증명할 징표를 보여달라』한 뒤 황씨가 권총을 보여주자 『대단한 사람』이라며 부러워 하기까지 하면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함께 수명의 북한공작원이 경기 강화및 제주도 해안으로 여러차례 잠입해 김락중과 황등을 지도해 왔음에도 침투흔적조차 발견치 못한 해안선 대간첩경계의 허점도 드러나 개선이 요구된다.

김락중씨 간첩사건으로 구속된 심금섭씨의 경우 지난 2월중순 남파공작원 임모와 이모를 월북시키기 위해 승용차에 태우고 강화도로 가는 도중 검문을 당했지만 검문자가 형식적으로 뒷좌석을 훑어보고 『그냥 가라』고 통과시켜 『진짜를 몰라보는 멍청이』라고 조소까지 했다는 것이다.<송태섭기자>
1992-10-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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