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눈길 집중시킨 충격의 90분”/이헌숙 기자(객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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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8-04 00:00
입력 1992-08-04 00:00
흔히 「신선한 충격」이란 표현이 자주 쓰인다.지난 1일 하오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벌어진 「백남준퍼포먼스와 김현자의 춤」은 근래들어 바로 그 「신선한 충격」이란 표현이 그렇게 잘 들어맞을 수가 없는 문화현장이었다.

세계적인 명성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의 기상천외한 짓거리가 일반대중을 상대로한 공연무대에 올려져 90분이라는 공연시간내내 관객의 시선을 잡아맸다.

「비디오소나타」란 이름의 프로그램에서 백씨는 고성능카메라를 부착한 마이크를 쥐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건반을 비롯한 피아노부속 속속들이,그리고 자신의 치아와 눈등에 카메라를 깊숙이 들이댔다.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무대정면에 장치된 대형스크린에 매우 이채로운 화상으로 연출돼 비쳐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협연자인 한국무용가 김현자씨의 독무에서는 과거 백씨가 만든 외설기 담긴 비디오화면과 강렬하고 난폭한 느낌의 음향과 음악을 배경으로 깔아 동양과 서양,고전과 현대의 간격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관객의 신경을 잠시 혼란케 했다.

언제 어디서나 약간 나사가 빠진 듯한 몸차림과 표정,어투등으로 천재성을 뒤집어 드러내보이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감히 남들은 일부러 꾸며낼 수 없는 행위(종이찢어 코풀기,피아노다리에 망치질하기)들을 태연스럽게 연출해내며 「예술」에 대한 고급한 기존인식들을 우롱했다.

30년전 독일의 유명한 전위그룹 플럭서스의 일원으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세계적 예술가의 대열에 들어선 그의 퍼포먼스는 「볼거리 재미」와 「놀랄거리 충격」을 함께 제공하는 일종의 해학이요 익살극이다.

이번 무대의 익살극에서 백씨는 일반적으로 예술을 감상하는 입장의 관객들에게 볼 필요가 없는 듯한 행위를 연출해내면서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고대의 샤먼적인 관심을 곧바로 현대적 분위기에 닿게 했으며,한 무대의 맥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가면서 판을 깨고 다시 살리는 식의 양면작전을 펴 나갔다.

여기에서 관객이 유념해야 할 부분은 헷갈리는 그의 그런 짓거리들이 치밀하게 계산된 구조물로 보여지는 그의 비디오아트처럼 퍼포먼스 또한 치밀한 계산에서 이뤄지는 「예술사기극」이란 점이다.

어쨌든 세계적인 예술가답게 이날 공연에서 백씨는 관객들이 그의 세계적 명성을 인정토록 굿판을 끝마쳤다.

단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면 공연자로 나선 김씨가 백씨의 고차원적인 계산에 함께 호흡하지 못하고 고전적인 자세로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지 못했다는 점이다.
1992-08-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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