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성의 창조/이용성 중소기업은행장(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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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6-30 00:00
입력 1992-06-30 00:00
하나의 민족에게도 개인과 같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불변의 민족성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점은 잘 모르겠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는 민족의 특징적인 면모는 구별되는 것 같다.그래서 영국인은 걸으면서 생각하고,프랑스인은 생각하고 나서 뛰며,스페인사람은 뛰고 나서 생각한다는 등 민족성에 관한 재담들이 회자되곤 하는가 보다.

우리나라의 민족성에 대해서는 일본사람들이 우리 역사의 몇몇 치부만을 들취내서 그것이 마치 우리 민족의 전부인 양 게으르고,싸움질 좋아한다는 등 극히 부정적인 상을 새겨놓았다.일제시대에 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아마도 귀가 따갑게 이 말을 들었을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한국인상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다는 일본인들을 게으르게 보이게 하는 유일한 민족」이란 찬사로 바뀌게 되고,최근에는 다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보면 타고난 민족성이란 본래 없는 것이고,오히려 시대상황과 그 시대의 사회구조에 따라 민족성은 변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인간이나 국가의 행동양식이 꼭 민족성과 같이 선악 등의 윤리적 가치판단만에 의해 규정되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한 때 그토록 우려했던 과소비풍조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이에따라 국제수지 적자 폭도 개선될 기미가 보인다니 오랜만의 희소식이다 바야흐로 삼페인 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물론 아직도 경제전반에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근대민족사처럼 문제점과 위기,그리고 격랑으로 점철된 경우도 없었을 것이다.그렇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이를 극복해 온 것이며 최근 경제발전 과정의 숨가쁜 고비를 그때마다 용케도 극복해 왔다.그리고 그러한 사실들은 앞으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기대와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민족성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면,과거에도 이룩해 왔으니까 미래에도 성취할 수 있다는 가정은 현재에도 뛰고 미래에도 뛰어야 한다는 전제가 선행되어야 한다.그리하여 20세기 후반기에 우리 민족은 「뛰면서 생각하고,생각하며 뛴 민족」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1992-06-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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