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관통상 이겨내고 적 필사적 추격/북 무장침투조 저지 박철호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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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6-17 00:00
입력 1992-06-17 00:00
효는 충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2일 강원도 철원북방 군사분계선에서 발생한 북한무장침투조 대침투작전에서 공을 세운 장병들에 대한 훈·표창식이 거행된 16일 하오의 중부전선 백골부대 연병장.최세창 국방부장관의 치사로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이날 대통령·국무총리표창과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40여명의 장병들 가운데 유독 한 수훈 사병만은 부상을 입어 식장에 참석하지 못했다.그는 사병으로서는 유례가 드문 충무무공훈장을 받고 일계급 특진되었다.
박철호하사(23·경북 김천시 지좌동708).
그가 작전당시 중상을 입고도 도주하는 적을 끝까지 추격,사살케 함으로써 견적필살의 끈질긴 군인정신을 발휘한 무용담이 뒤늦게 밝혀져 현재 전군장병들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일계급특진,하사가 된 그는 육군 제1968부대 전초16중대 소속으로 당시 도주한 적1명에 대한 차단작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전우 문경호병장이 적의 응사로 왼쪽손 관통상을 입고 주저앉자 자신도 모르게 적을 추격하며 맹렬한 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그는 적의 또한차례 응사로 아래턱뼈가 부스러지는 관통상을 입고 앞으로 넘어졌다.핏방울이 온몸을 덮었다.
고향에서는 가난한 부모를 모시는 효자로 소문이 났고 김천농림고교 재학당시에는 씨름선수로 활약한 그는 순간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문병장이 앞서 쓰러진 사실이 떠올랐다.
『내 동료를 쏜 적을 놔둘수 없다!』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벌떡 일어선 그는 초인적인 의지로 적을 3백m나 추격했다.
이때 박하사가 절명한 것으로 잘못 생각했던 적은 일어서 고개를 두리번거렸고 이 순간을 포착한 같은 중대 하경호상사가 조준,사살함으로써 휴전선 전역을 긴장시킨 상황은 12시간만에 끝을 맺었다.
상황종료후 전우들이 자신을 들처업고 지뢰지대를 빠져나올 때도 그는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자신을 업은 동료들이 비틀거리면 지뢰를 밟을 우려가 있다며 두손으로 턱을 움켜쥐고 혼자 걸어 안전지대까지 나온 그는 대대장에게 거수경례를 한뒤에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박하사의 이같은 무용담이 소개된뒤 충무무공훈장을 수여한 최세창국방부장관은 「성벽은 적을 막지 못한다.그러나 그 성벽을 지키는 병사들의 방어의지가 나라를 지킨다」는 말을 인용,『박하사가 집안에서 효도를 하고 이웃어른들을 섬겨왔기 때문에 그같은 용맹성이 발휘된 것』이라고 효와 충은 같은 근본임을 강조했다.표창식에 참석한 박하사의 부모 박종수씨(50·김천 동부정미소)와 주정자씨(40)는 『아들이 제 할일을 다한듯해 장하다.평소 「남아답게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아라」고 가르친 보람이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1992-06-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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