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로 창작/컴퓨터문학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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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6-11 00:00
입력 1992-06-11 00:00
◎89년 PC통신에 과학소설 첫 등장/중견작가 복거일씨도 미래물 연재/동호인의 활발한 활동… 시발표 1천5백편

본격적인 컴퓨터문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컴퓨터문학붐은 올해들어 5월에 중견작가 복거일씨(46)가 기성작가로는 처음으로 컴퓨터통신망에 과학소설을 연재한데 이어 컴퓨터 시 전문 동호회 「시사랑」이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시집과 디스켓을 펴냄으로써 컴퓨터를 문학의 매체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컴퓨터문학」이란 컴퓨터통신회사와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의 전자게시판을 통해 작품을 직접 창작하거나 남의 작품을 받아볼 수 있는 문학행위 또는 작품을 뜻한다.회원비 월1만원의 한국 PC통신(KORTEL)에 가입하거나 데이콤에 분당 25원의 통신료를 지불하면 누구나 가정용 전화선에 연결된 모뎀부착 개인용컴퓨터로 컴퓨터문학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현재 국내 컴퓨터통신 인구는 약 15만명 정도로 이중 컴퓨터문학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도 속속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 컴퓨터문학열기가 달아오른 것은 89년 서울대전자공학과 대학원생인 이성수씨(24)가 데이콤의 PC서브 전자게시판에 SF소설 「애틀랜티스 광시곡」을 연재하면서부터.당시 아마추어 작가이면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씨는 이어 90·91년 「장미소나타」「스핑크스의 저주」등의 SF소설을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연재했다.자신의 성과물을 「우먼Q」「애틀랜티스 광시곡」같은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던 이씨는 앞으로 한일간의 영토분쟁을 다룰 과학추리소설 「바이러스의 비밀」(가제)을 역시 공중정보통신망을 통해 연재할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

치솟는 컴퓨터연재소설의 인기는 올해들어 기성작가인 복거일씨를 새롭게 컴퓨터통신작가로 끌어들였다.복씨는 현재 한국PC통신에 2천년대의 남북상황을 다루는 미래소설 「파란 달 아래」를 연구중인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학매체로서의 컴퓨터의 이용과 관련하여 주목을 끄는 것은 한국PC통신,데이콤 등 컴퓨터통신회사에 가입한 문학동호인단체들의 활동이다.

현재 시전문동호회 「시사랑」「시인부락」,소설전문동호회 「글나래」,서평전문동호회 「이야기나라」,SF소설전문동호회 「멋진 신세계」등이 컴퓨터를 통한 문학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컴퓨터통신 전자게시판에 오른 창작시만도 1천4백∼1천5백편에 이르며 시전문동호회 「시사랑」은 지난 5월말 창립1주년을 맞아 그중 74편의 시를 골라 컴퓨터통신시집과 디스켓 「나는 컴퓨터 시인이로소이다」(서울창작간)를 묶어내고 기념시 낭송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 컴퓨터문학동호단체들은 아직까지는 아마추어수준으로 창작품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그러한 모색의 하나로 「시사랑」은 기성문단의 시전문지 월간 「현대시」와 발표매체를 교환하기로 하고 매년 한명의 컴퓨터시인을 「현대시」를 통해 기성문단에 정식으로 등단시키기로 했다.

이처럼 새롭게 대두하고 있는 컴퓨터문학은 전문작가 위주로 난해하고 독자층이 엷어 위기에 처한 기존문학의 새로운 대안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복거일씨는 『컴퓨터문학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문학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를 작가가 인쇄매체에의 의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컴퓨터문학의 장점은 그 대중성과 편리성을 꼽을 수 있다.컴퓨터문학은 오락적기능도 함께 내재한 컴퓨터의 속성상 일반인의 문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줌으로써 손쉽게 습작기회를 부여하며 창조자의 행위에 독자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잇따름으로써 창조자와 수용자의 간격을 좁혀 결국 문학의 대중적 보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작품의 직접적인 창작과 수용에 있어서도 작가는 「해설방」「자료방」,독자는 「게시판」「작가와의 대화방」등 컴퓨터에 부속된 기능들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같은 컴퓨터문학의 장점들과 가속화되는 정보화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앞으로 컴퓨터 같은 전파매체에 의존한 문학이 인쇄매체를 앞지를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컴퓨터문학은 미래시대 문학이 취해야할 주요한 전략』이라고 전제한 시인 하재봉씨는 『앞으로 책의 개념이 디스켓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수정되어야 하며 컴퓨터문학이 기존 문학의 내용이라 표현방법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백종국기자>
1992-06-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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