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뮤지컬의 무덤”/불 위고작 「레미제라블」 흥행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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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5-28 00:00
입력 1992-05-28 00:00
◎“뮤지컬은 예술성 없다” 파리잔느들 외면/7개월만에 폐막… 370만달러 적자기록

『파리에서는 뮤지컬이 재미 못 본다』는 징크스를 「레미제라블」이 또 한번 확인케 했다.뉴욕과 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 수년 동안 만원사태로 공연되고 있는 이 걸작 뮤지컬은 파리 모가도르극장에서 개막한 지 일곱달만인 5월 24일 막을 내렸다.

원작소설이 프랑스인의 사랑을 받는 작품인데다 음악도 프랑스 작곡자의 것으로 바꾸고 프랑스 배우들을 출연시킨 이 뮤지컬만은 파리에서 배겨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영국인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의 기대는 배반당했다.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무대화한 이 작품의 파리 공연이 시작될 때,르 몽드와 르 피가로 등 신문들이 「레미제라블,고향에 돌아오다」 「시민들이여 모가도르극장으로 가라」는 등의 제목으로 크게 소개하고 장엄한 무대와 감동적인 음악과 출연 배우의 빼어난 연기를 극찬했건만,끝내 파리 관객을 사로잡지 못했다.

첫 한달 동안은 그러저럭 나갔으나 그 다음부터는 관객이 줄어갔다.공연시간 3시간 15분의대작에 출연배우 수도 많아,나날의 공연이 쌓아올리는 적자도 엄청났다.지난 2월의 대대적인 광고 공세로 잠시 반짝하는 듯했으나 그만이었다.최근 두 달은 매일밤 4만5천에서 8천 달러까지의 적자가 났다.제작자와 극장의 추산 손해액은 3백70만 달러에 이른다.

많지 않았던 관객의 대부분이 지방 사람이나 스위스·벨기에·이탈리아·독일 사람들인 것을 보면,파리 사람들의 뮤지컬 냉대가 얼마나 심한 가를 알 수 있다.몇몇 학생들의 조사 결과 파리의 많은 사람들이 「레미제라블」은 학교에서나 읽는 것이지 밤에 나가 재미로 즐길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밝혀졌다.뮤지컬이란 그저 여흥거리일 뿐 예술성은 없다는 인식이다.파리에는 뮤지컬 관객층이 없는 것이다.이러니 뮤지컬 장사가 될 리 없다.

가장 성공 가능성이 컸던 「레미제라블」마저 실패할 수밖에 없는 파리에는 앞으로 얼마동안 감히 뮤지컬을 공연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 실패는 파리가 뮤지컬의 묘지라는 인상을 너무도 강하게 남겼다.<파리=박강문특파원>
1992-05-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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