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송현동 승마장(지역이기주의 이래서야…:2)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2-05-14 00:00
입력 1992-05-14 00:00
◎승마경기 없는 전국체전 될지도/“내이웃엔 안된다” 공공시설 건설 진통의 현장/“악취·털 날아든다” 주민 한달째 농성/“의견수렴 없이 「혐오시설」 기습착공” 반발/당국,“15일간 공람… 무공해 생활체육시설”

12일 하오2시.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산51의1 승마장 건설공사현장.2백여명의 주민들이 북과 꽹과리를 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외쳐대고 있었다.

「승마장건설을 즉각 중지하라」 50대 중반가량의 한 여인이 구호를 선창하자 다른 주민들도 일제히 따라 큰소리로 외쳐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대구시가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사전협의없이 전국체전때 사용할 승마장건설공사를 착공한데서 비롯됐다.

시는 앞산공원의 현 승마장은 지난 84년 전국체전때 건립된 것으로 낡고 비좁을 뿐 아니라 국제경기가 불가능해 이일대 부지 1만4천9백44평을 18억원에 사들여 지난달 6일 주경기장 실내경기장 마사 등 연면적 1천4백54평의 승마장 건설공사를 착공했었다.

그러나 부지 인근 주민 5백여명이 지난달 13일 공사 현장으로 몰려와 중장비 앞을 가로막는등 농성을 벌여 공사가 중단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현장 농성과 함께 그동안 도로점거 4회,시의원 경영 병원 응급실 점거등 격렬시위 5회와 대구시청 광장에서의 시위등을 계속했다.

이때문에 올해 전국체전승마경기는 이달 중순이내에 공사를 재개하지 않는한 이곳에서 치르기가 어렵다는 것이 승마장건설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의 핵심은 주민들이 승마장을 혐오시설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있다.

경기용 말의 배설물 등으로 인해 주민들에게 공해를 입게할 뿐 아니라 이 때문에 집값과 땅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곳은 앞산공원 중턱으로 공기가 맑고 앞산 순환도로가 있어 살기좋은 주택지인데 이곳에 「혐오시설인 마굿간」이 웬말이냐는 것이다.

주민 이희영씨(45·달서구 송현동 191의9)는 『대구시에서 건립중인 승마장이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내집 바로앞에 마굿간이 들어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주민들의 주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시가 사전에 우리들의 의견수렴없이 기습적으로 공사에 착공한 것은 행정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민들의 주장과 대구시의 견해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시당국의 설명은 지난 90년 부지 물색에 나서 1년간 10여곳을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땅값이 싸 공사비가 적게 들고 주민들의 피해가 없는데다 주민들이 생활체육장으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할 것으로 판단돼 이곳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손익무 대구시생활체육과장은 『지난해 7월30일 이곳 공원부지를 승마장으로 도시계획을 변경 고시할 때 15일간의 공람기간이 있었으나 단 한사람도 이의신청을 해온적이 없었다』며 『지난해 11월 대구시의회의 승인까지 받았는데 이제와서 주민들이 승마장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과장은 또 『승마장이 최신시설로 일체의 공해가 없는데도 주민들이 지레짐작을 하고 농성을 일삼고 있다』면서 『주택지와 2백50m 떨어진 곳에 마사를 설치하고 3백50m 위치한 곳에 퇴비사를 옥내에 갖출 계획인데다 3단계의 완벽한 축산 폐수처리 시설을 갖춰 폐수허용기준치 1백㎛을 64.8ppm으로 낮춰 배출 시킨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택지와 승마장 사이에 20∼40m 폭의 녹지공간을 두고 나무를 심어 방풍 시각 먼지 등을 차단하기 때문에 이 승마장이 들어섬으로써 오히려 주변환경이 쾌적해 질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과 시당국간의 상반된 주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어 자칫하면 전국체전 사상 처음으로 승마경기가 무산될 위기에까지 놓여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는 대구 시민들의 시각은 또 다르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철저한 이기주의와 관계기관의 설득력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 대구시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시에서 공청회·토론회·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설득을 먼저 하지 않고 공람등 지극히 형식적인 행정절차만을 거친후 공사를 착공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시에선 승마장 주변에 도서관·어린이 놀이터·수련장 건립을 약속하는가 하면 이 일대를 체육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역대표들에 지난해 건설된 전주시 승마장을 견학도 시키고 있다.많은 대구시민들은 『송현동 승마장 건설이 이번 전국체전을 사상 최대규모의 국민축제로 이끌어 보려는 시민들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주민들도 당초 시당국의 처사를 나무랐으면 이제는 시 전체의 발전을 위해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대구=김동진기자>
1992-05-14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