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수·원수로 될일이 아니다(사설)
수정 1992-04-22 00:00
입력 1992-04-22 00:00
김일성은 자신의 80회생일인 지난 15일 후계체제에 「만족」을 표명하면서 『전체당원과 근로자들은 김정일동지의 두리에 굳게 뭉쳐 혁명의 대를 이어나갈 튼튼한 주체를 이루었다』고 언급했었다.때문에 김정일이 원수에 오른 것은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아버지가 스스로 정립해준 것으로 보아야 한다.그렇다면 김일성자신이 권력승계가 마무리됐음을 선언해 놓고도 국가주석직과 노동당총비서직을 내놓지 않고 움켜쥐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이에대한 해석은 시각에 따라 다를수 있겠지만 우리는 반세기가까이 굳혀온 그의 카리스마와 관련이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국가와 당의 얼굴인 주석직과 총비서직을 내놓는다는 것은 「위대한 수령」에 익숙해 있는 북한인민들과 관료들의 정서에 맞지않는 것으로 판단한 그가 원수자리만 아들에게 물려주고 카리스마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셈으로 관측된다.또 절대권력의 속성상 또 군국주의체제상 아무리 아들이라도 생전에 모든 것을 물려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김정일이 원수에 오른것보다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차수가 김정일과 같은 원수로 승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북한의 권력과 군서열상으로는 김일성이 대원수,김정일이 원수,오진우가 차수로 되는 것이 「합리적」이다.그런데도 김정일과 오진우를 같은 계급에 놓은 것은 두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하나는 김정일후계체제에 불만을 갖고있는 혁명1세대들을 무마하기위한 포석이 며 또하나는 김정일이 아직도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오진우는 혁명1세대이지만 김정일의 후견인에 불과하고 나머지 원로들은 김정일체제에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김일성이 지난 3월 이들을 모아놓고 「대이은 충성」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부자간의 권력세습을 놓고 북한 권력층내부에서는 갈등이 내연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따라서 김일성의 사후 김정일체제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그런데도 권력의 대를 잇겠다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김일성부자의 허망한 집념에 다시한번 참담한 느낌을 갖게 된다.
지금이라도 김일성은 소련 동구의 붕괴,중국 베트남의 변화모색 등 대세의 흐름에 점진적 적응을 탐색하면서 「주체」의 낡은 틀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지혜를 생각지 못하고 스탈린 시대의 군국주의적인 위계에 집착,대원수·원수·차수라는 군사체제로 현재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인 현실접근이라 할수 밖에 없다.
이제 그들이 그나마 최소한의 연명 방법은 백성의 귀와 입을 더 막으면서 군사적인 강압체제를 더 강화할 것이 아니라 세계대세를 수용하고 남쪽을 향한창을 열면서 역사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생존전략이 아닐까 한다.
1992-04-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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