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시대의 대학입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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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4-03 00:00
입력 1992-04-03 00:00
94학년도 대학 입시요강이 대강의 윤곽을 드러냈다.반영비율의 차이까지를 감안하면 복잡할 만큼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형태만을 놓고 보자면 대체로 두가지 계열로 분류될 수 있게 되었다.내신성적과 수학능력시험만으로 선발하는 대학이 1백18개대학중 92개교에 달하므로 입시를 국가관이에 의존하면서 반영방법으로 선택의 폭을 넓힌 대학이 압도적으로 많은 셈이다.

아직도 확정된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몇학교가 있지만 그 학교들은 대체로 본고사의 부활원칙만은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여서 14년만에 본고사가 부활되는 학교는 40개 대학정도로 보인다.본고사를 치르더라도 국영수의 도구과목은 「수학능력시험」에 맡기고 전공의 특성을 고려한 과목의 본고사만 치르도록 교육부는 권장했고 일선고교 또한 강력하게 요망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반드시 그렇게 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로써 본격적인 「본고사 대비」의 입시혼전은 시작되기에 이르렀다.이미 입시전선의 편성에 들어선 예비수험생과 교사 및 학부모들은 이 복잡다단한 「입시고지」의 출현을 앞에 놓고 난감해 하는 것같다.고정된 과녁쏘기만을 십수년 거듭해오다가 흔들리는 과녁을 만난 당혹함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아닌게 아니라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입시제도의 개선에서 가장 강력하게 전제되어 온 것은 대학의 고유권한인 학생선발권을 대학에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다.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선발권의 자유를 대학들이 행사한 결과이므로 어떤 「자율화의 양상」이든 수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오늘과 같은 혼란은 예고되었던 일이다.다소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겠으나 자율화 시대의 대학입시에 적응해 가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요강을 통해서 드러난 것으로는 모든 대학이 수학능력시험을 배제하지 않았다.내신성적은 필수사항이므로 당연한 것이지만 수학능력시험은 선택사항이었다.수학능력시험은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이지만 기왕에 치르던 학력고사나 예비고사와는 많이 다른 시험이 되리라는 것이 당국의 구상이다.이 「새로운 시험」은 전 수험생에게 공통되는 부담이 되는 셈이다.전체에 당면한 새로운 부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배려하는 일이 정책당국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시험문제의 유형도 달라지고 평가방법도 종전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이 시험 때문에 더욱 당황스러워 하는 것이 수험 당사자와 그 지도교사들이므로 그 부담을 줄여주는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교들도 서서히 발상을 전환해 가야 한다.입시로 고등학교의 명예와 수준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필사적이고 파행적인 교육을 하는,지난 시대식의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내신반영률이 크고,기본적인 교과내용에서 쉽게 출제되는 수학능력시험이 전체 입시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므로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전념하는 것이 합격률을 높이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대학들도 교육정상화에 기여하는 학생선발권 행사에 유념하는 것이 고등교육기관의 도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1992-04-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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