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도 지켜져야 한다”/변형윤교수 교단 38년 고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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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3-14 00:00
입력 1992-03-14 00:00
『경제학도는 항상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경제현실을 분석,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변형윤교수(65)가 13일 하오 서울대 문화관에서 고별강연을 가졌다.
그는 학생시절부터 오늘까지의 38년에 걸친 연구생활을 끝마치는 이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충고로 이같은 말을 남겼다.
변교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1시간에 걸쳐 고별강연을 하는 동안 문화관을 가득 메운 후배교수와 학생 등 1천여명은 노교수의 마지막 강연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29일 정년퇴직한 변교수는 28세인 지난 55년 전임강사로 서울대에 부임한 뒤 그동안 후배·동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다.
60년대초 국내학자로는 처음으로 수리·계량경제학을 도입,주류경제학의 정착에 앞장서는 한편 진보적인 경제학연구에도 힘을 아끼지 않아 「실천하는 경제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날 고전경제학자인 엘프레드 마셜의 「경제기사도」를 고별강연의 주제로 삼은 변교수는 『경제기사도란 중세의 기사처럼 공정한 경쟁에 의한 부의 축적과 공공정신과 고상함을 갖추고서 소비와 생산활동을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기사도」는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상론이 아니라 현실에 뿌리내린 개념으로 개인과 전체 사회가 함께 지켜나가야할 원칙』이라면서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속에서 우리 생활이 영위돼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교수는 「5·16」「10월 유신」「80년의 봄」등 정치적 격변기때 상대 교무처장·상대학장·교수협의회회장 등을 맡아 「분배정의와 경제자립요구」등 적극적인 현실참여발언을 해 지난 80년 7월부터 4년동안은 강단을 떠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현재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공동의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경제학자는 모름지기 약자편에 서서 사물을 바라봐아 한다는 평소의 신조에서 비롯됐다』면서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는 평생동안,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도 마샬의 「차가운 머리뜨거운 가슴」의 숨은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박희순기자>
1992-03-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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