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자연과학/이동하 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 교수(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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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3-04 00:00
입력 1992-03-04 00:00
문학의 세계와 자연과학의 세계는 얼핏 생각하기에는 서로 전혀 무관한 것이거나 혹은 아예 정반대의 자리에 놓여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쉽다.그러나 문학을 자신의 전공으로 삼고 있으면서 자연과학분야의 책들도 능력이 닿는데까지 폭넓게 읽으려고 애써온 사람으로서 나는 그러한 생각이 아주 잘못된 것임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뛰어난 자연과학자들이 일반 독자를 위하여 써낸 좋은 책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받는 감동은 훌륭한 시나 소설을 읽으면서 받는 감동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그러한 책들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창조적 정신의 불꽃 또한 훌륭한 시나 소설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의 불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보기로 나는 금방 「가이아」와 「지구 위의 생물」(「생명의 신비」라는 제목으로도 번역되어 있음)이라는 두 권의 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러블록이라는 사람이 쓴 전자는 지구 전체가 자기조절기능을 갖춘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될 수 있다라는 실로 놀라운 가설을 제시하고 다양한측면에서 그 가설을 논증해 보인 책이며,어텐보로라는 사람이 쓴 후자는 박테리아에서 인간에까지 이르는 엄청나게 다양한 생물의 세계를 하나의 연속적인 체계로 묶어낸 야심적인 역저(역저)이거니와,이런 책들을 읽을 때 우리는 그 책들 속에서 약동하는 천재적 정신의 높이를 뜨겁게 확인하는 한편,톨스토이의 소설이나 서정주의 시집을 읽고 깊은 감명에 잠겨드는 것과 똑같은 체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많은 문학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하고 자연과학 분야의 좋은 책들을 애독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그것은 우리문학이 지나친 사회학적 관심 일변도의 편향성이나 너무도 쉽게 허무와 파편화(파편화)를 승인해 버리는 조급성을 극복하여 한단계 높은 모습으로 성숙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1992-03-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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