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루츠코이 권력다툼 조짐/러시아 권부핵심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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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2-15 00:00
입력 1992-02-15 00:00
◎부통령권한 제한·위원장직 박탈등 조치/옐친/가격자유화등 「개혁」에 사사건건 시비/루츠코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의 불화가 심화되면서 가뜩이나 경제난에 시달리는 러시아정국을 더욱더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13일 루츠코이 부통령의 권한을 한직인 농업부문에 한정시킴으로써 사실상 그의 수족을 묶어버렸다. 이전에도 옐친은 부통령이 맡는 내각의 5개 주요위원회 위원장직을 박탈한 바 있고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과의 개별면담도 불허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최고지도부의 이러한 내분은 악화되는 경제난과 함께 러시아정국을 자칫 파국으로 몰고갈수 있다는 점에서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사람간의 이러한 불화는 루츠코이가 옐친의 개혁정책에 대한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초 시행된 가격자유화 조치에 대해서도 루츠코이는 토지·기업의 민영화가 안된 상태에서의 가격자유화는 실효를 거둘수 없다며 처음부터 반대했다.

물론루츠코이도 지금까지 옐친에 대한 직접 도전보다는 예고르 가이다르 부총리 등 경제팀을 집중겨냥,몇차례씩 내각사임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최근 대규모 반옐친 시위를 계기로 보수세력들이 재집결되면서 자연스레 옐친의 대체인물로서 그의 이름이 거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옐친은 지난해 6월 대통령선거 당시 온건보수세력과 공산당의 지지표를 겨냥해 루츠코이를 러닝 메이트로 끌어들였다. 루츠코이는 공군대령으로 아프가니스탄 내전에 참전,두번이나 추락했다가 생환한 전쟁영웅으로서 당시 군부 및 공산당내 개혁을 주도,온건개혁 세력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었다.

또한 지난해 8월 군부쿠데타 때는 소련군부가 옐친 지지로 돌아서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러시아 의사당 앞에 진주해 있던 다만스키 탱크부대를 옐친 진영으로 투항시킨 장본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이 감안돼 급진개혁파와 공산보수세력을 모두 배제한 제3의 대안으로서 그의 등장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루츠코이는 13일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와의 회견에서는구 소련 땅에서의 단일국가 부활을 주장,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그의 주장이 실현되거나 당장 옐친의 대체인물로 부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더라도 루츠코이의 존재는 급진개혁을 추구하는 옐친 정권에 상당한 견제역할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이기동기자>
1992-02-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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