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탈법지침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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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2-12 00:00
입력 1992-02-12 00:00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하지만 그 전제로서 깨끗하고 공명한 가운데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하고 싶다.만약 과열·타락된 분위기속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면 민주정치는 그 첫걸음에서부터 비틀거릴 것이며 풍성한 열매를 맺기 어려울 것이다.참다운 정치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선거풍토부터 공명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총선을 앞둔 현실은 앞서 말한 당위성이나 염원과는 매우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국민과 정부,후보자와 정당이 공명의지를 갖고 제역할을 해야 공명선거가 가능하나 그점이 미흡한지 선거일조차 잡히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혼탁·과열양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니 문제가 크다.

국민의 자각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보다 필요하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있다.정당과 후보자들만 공명선거의 의지를 갖고 실천해준다면 선거는 진정한 국민의 축제가 될수 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지금 당락여부에만 너무 급급해있다.

민주주의에서 중요시하는 과정에서의 정당성은 소중히 여기지 않고,후보자는 수단방법을 가림없이 당선이라는 열매를 따는 데에만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민주당이 최근 당공천자들에게 배포한 지침서는 결과에만 급급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지침서에 나타난 몇가지는 법을 어기라는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구당 창당 또는 개편대회과정에서 탈법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토록 하거나 선거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선 대량의 전단을 제작·배포하도록 권장한 것,또는 유권자들에게 교통편의와 물품제공에 대한 지침을 나열한 것 등이 그것이다.특히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 자체가 불법임에도 한술 더 떠서 「편향성을 띤 설문으로 대대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사전 홍보와 센서스의 두가지 효과를 달성하라」고 하였다니 공당의 도덕성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아울러 이 여론조사에서 「여당을 지지해서는 안되는 이유 등을 교묘히 넣어 사전교육된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설문조사케하라」고 제시했다니 이런 느낌은 더하다.또 농어촌지역에서는 혈연·지연·학연 등 연고주의에 바탕을 둔 선거운동을 하라고 했음은 편가르기 파당주의를 하자는 것인지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이 지침서는 앞으로 벌어질 불법·과열선거양상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문서가 아니라 말과 사람을 통해 보다 비열하고 탈법적인 양태가 벌어지도록 은밀히 조장할지도 알수 없다.또 이런 지침서가 민주당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에서도 나올 수 있으며 그 내용도 보다 탈법적일지 모른다.정당마다 입으로는 공명선거를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법을 어기고 과열시키는 일에 나서는 이중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정당과 후보자가 그렇게 나온다면 국민과 정부가 이를 줄이고 막을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특히 국민들은 깨끗한 표로써 궁극적인 심판을 해야할 것이다.
1992-02-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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