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허기 총리 내주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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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2-06 00:00
입력 1992-02-06 00:00
◎“기자통화 도청”… 법무장관 폭로로 타격/주식거래 비리도 연루… 후임에 재무 유력

아일랜드의 찰스 허기총리(66)가 다음주 사임한다고 4일 발표했다.허기총리의 사임은 기자들에 대한 도청과 부정 등으로 인한 것이며 그의 35년 정치생활을 청산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정치풍토가 깨끗한 유럽정가에서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그의 후임으로는 아헤른재무장관(40)과 오룰케보건장관(54)이 유력시되고 있다.

재임중 많은 의혹과 함께 그때마다 위기를 잘 넘겨 「정치곡예사」로 알려진 허기총리 사임의 직접 동기가된 도청사건은 10년전인 82년의 일.

당시 그는 내각회의에서 논의된 사안이 그대로 신문에 보도되자 정부내 누군가가 기사를 흘려주는 내통자가 있다고 판단,도헬티법무장관으로 하여금 심증이 가는 두 신문기자의 행적을 추적토록 지시했다.

법무장관은 경찰로 하여금 두기자들의 전화를 도청토록 했으며 3개월뒤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으나 허기총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도헬티장관이 혼자 책임을 지고 사임했었다.

이 도청사건은 87년 법원이 두기자에 대한 보상판결을 내렸을 때도 정치문제화 되었으나 허기총리는 이때도 자신의 관여사실을 부인해 유야무야 됐었다.

그런데 그동안 상원의원이 된 도헬티전법무장관이 지난주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자신은 총리의 지시에 따라 경찰로 하여금 도청토록 했으며 그때마다 통화 내용을 서면으로 총리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폭탄선언은 그렇지 않아도 총리를 둘러싼 각종 비리 풍문이 사실이었음을 시사하는 치명적인 것이다.

더욱이 연립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진보민주당까지도 허기총리가 퇴진하지 않는한 연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허기총리가 마침내 백기를 들고 말았다.

허기총리는 도청사건 말고도 오래전부터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그는 주식거래 부정사건을 비롯,국영기업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 등으로 지난해 11월에도 실각의 위기를 교묘하게 피했었으나 도청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덫에 걸린격이 되었다.그는 자신의 배려로 갑자기 부자가된 졸부들과 어울리며 이들이 국정에 입김을 넣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었다.<베를린=이기백특파원>
1992-02-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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