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선거 연기」 그 당위성과 발전전 방향/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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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1-16 00:00
입력 1992-01-16 00:00
◎“경제가 살아나야 정치도 설땅 있죠”/1년내 선거운동… 생산인력 공동화 안될말/선진국도 중복피해 막게 몇차례 나눠 실시/정당개입 배제·간선제등 지자제법 개선 검토를

노태우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올해 예정된 2차례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연기토록 결정한데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의 정치·경제·사회적 현실에서 볼 때 필요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특히 이 분야의 전문가들은 외국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고 한해에 4차례나 되는 선거를 치르거나 3대선거를 동시에 치를 경우 우리에게 많은 폐해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면서 갖가지 개선안들을 제시하고 있다.자치단체장선거의 연기의 당위성과 선거의 시기·방법등에 관한 발전적 개선방향을 명지대 정세욱부총장과 성균관대 한원택교수의 대담을 통해 들어본다.

▲정세욱교수=노태우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내용 가운데 관심의 대상은 민자당차기대통령후보문제와 자치단체장선거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단체장선거 연기는 차기 대권구도와도 관련이 돼 있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저는 이번 연기 조치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우리나라처럼 돈쓰는 선거풍토가 치유되지 않는한 한해 4번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경제적 타격과 사회혼란만 초래하게 되죠.

이 때문에 통치권자의 대국민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당위론이 무시됐다고만 볼 수 없는 입장입니다.

▲한원택교수=제생각으로도 이번 연기조치는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봅니다.

우선 4대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할 경우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민주화발전에 따라 예견되는 선거의 일상화에 대비,선거풍토는 차제에 개선해 첫단추부터 바로 끼우자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14대 국회에서 거론토록 하겠다고 했던 것이고 이는 결국 총선이라는 국민여론수렴의 검증절차를 거쳐 실시시기를 포함,전반에 걸쳐 다시한번 발전적으로 검토해 보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조치가 일부에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현행 지방자치단체장선거법에 보면 6월30일까지선거를 실시하도록 경과조치를 두고 있는데 13대 국회임기가 5월30일로 끝나는 만큼 14대국회에서 이양받아 실시시기를 최종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발표가 대통령의 의지표명이지 확정시킨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교수=앞서 이번 자치단체장선거연기가 잘된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지방자치의 걸음마단계에 있는 우리현실로 보아 한해에 4번에 걸쳐 선거를 치르는 데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이 뻔합니다.이제까지 여러번 선거를 치러보았지만 아직 금권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사회혼란과 가치관이 무너지게 되고 과소비조장으로 인한 소비패턴이 변화될 것입니다.

또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선거장에 끌어들여 생산분야의 공동화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잦은 선거로 인한 선거풍토의 왜곡된 변화도 우리에겐 크나큰 손실이 되는 것이지요.

또 4대선거를 모두 실시하게 되면 법정선거운동일수만도 72일이나 됩니다.

게다가 총선전의 각 당의 지구당대회,선거와 선거사이의 기간에 이어지는 선거전후의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수리적으로도 1년내내 선거운동기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한교수=정치행정제도의 실시는 이론상이 아닌 현실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볼 때도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통치책임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교수께서 이미 말씀하신 4대선거실시 강행에 따라 예상되는 각종 부작용을 새삼 다시 들출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모든 것들이 대부분의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를 제처두더라도 선거관리측면에서만도 1년에 4차례의 선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물론 야당에서 총선과 자치단체장선거 등 3대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더욱 불가능한 것입니다.

정당참여가 허용되는 총선및 광역자치단체장선거와 정당참여가 배제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선거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선거운동허용범위가 달라 혼선을 빚는 것은 물론 기초단체까지 정당정치에 휩쓸려 더욱 혼탁해질 것은자명한 일입니다.

재인자 ▲정교수=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선거주기가 체계적으로 서 있지 못합니다.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정치선진국인 미국·영국·프랑스등에는 기본적인 선거 주기를 맞춰 중복을 피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매년 선거가 치러지는데 4년임기동안 한해에 대략 3분의1씩 뽑습니다.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죠.몇년전 임기를 정해 놓고 선거를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90년12월에 지자제선거법이 통과됐지만 여야모두가 충분한 사전검토없이 92년 단체장선거실시를 주장했던 것이었죠.저는 이 법이 통과되었을 때 직감적으로 한해 4번의 선거는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왜냐하면 앞에서 말씀드린 경제·사회적인 혼란이 야기된다는 관점이었죠.

아무튼 이런 점에서 그당시 여야가 서로의 이권을 위해 그냥 합의하고 이를 문서화한 것뿐이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는 못했던것 아닙니까.

▲한교수=지나간 이야기지만 저도 90년 12월당시의 정치권합의는 그 자체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감히 지방자치단체장을 반드시 직선으로 선출해야만하는 것이 민주화발전에 첩경이냐는데도 이의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자치단체장선출을 직선으로 하든 간선으로 하든 임명제로 하든 각기 장단점이 있는 것입니다.그리고 단체장선출에 정당참여를 허용한 것도 바람직하지만 않다는 것도 이미 지적되었지 않습니까.

제2공화국시절 읍면동장까지 직선으로 뽑았으나 가장 단명했던 정부였고 당시 정당의 영향으로 행정수행에 공정성이 결여돼 숱한 폐해가 발생했던 것들을 돌이켜 봐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정교수=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은 행정전문가와 정치가가 역할을 분담,수직적 행정분배로 모든 의결안건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정관리관제도(city manager system)를 도입,시의원이 아닌 외부인을 의회에서 선임하고 있기 때문인데 자격은 도시행정전문가와 도시행정경력이 있어야 하며 비정치인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거실시에 대해서도 단체장선거는 오는 94년도에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싶습니다.이는 연기보다는 선거주기조정이라는 관점에서입니다.

94년도에 단체장을 뽑고 95년 2대 지방의원을 뽑을때는 그때만 한시적으로 임기 3년으로 해 98년 단체장선거와 동시에 실시,지방선거실시의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관련,일부에서는 이번 지방의원의 임기를 아예 3년으로 줄여 94년부터 동시에 실시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줄 압니다만 이는 지난해 의원선거에 4년임기가 보장된 만큼 위헌소지가 있어 불가능합니다.

▲한교수=동감입니다.영국이나 일본 독일 등도 「시차선거」즉 대통령선거와 총선이 4∼5년만에 실시되면 그 사이 중간에 지방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직선제도 단체장을 선출할 경우 우려되는 행정적인 전문성결여를 보완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선거법상의 피선거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해당지역에 90일이상 거주한자 35세이상자로만 되어있는데 행정경력요건을 추가하는 등의 자격요건 강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돼야만 어느정도라도 경력과 경륜을 갖춘사람이 단체장에 선출될것이고 직선선출에 따른 부작용도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현재 일본의 경우만봐도 우리나라 시도격인 47개 도·도·현의 단체장 가운데 43명이 행정경력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교수=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선거관리를 위해 투·개표작업의 완전 전산화는 물론 선거운동방법의 개선 등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와함께 자치단체장 선출에 따른 실질적인 행정공백 등의 폐단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문행정관료로 임명되는 부자치단체장의 실무적인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는 관련법의 보완과 개선책도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이와함께 직업공무원제의 정착과 더불어 중앙·지방간의 인사교류제도 확립도 필요하며 지방자치 활성화의 부작용으로 돌출될 수 있는 지역이기주의를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합니다.

▲한교수=물론 그같은 사항들이 건전한 지방자치발전을 위한 선결과제임은 틀림없습니다.그리고 이에대한 국민적 공감도 크다고 볼 수있습니다.

그러나 정황이 어쨌든 연기조치에 따른 합리적인 실시방안의 마련과 함께 정부의 공신력을 높이는 조치 또한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정리=정기홍기자>
1992-01-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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