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로 가는 “예정된 시련”/러시아·우크라공 가격자유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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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1-04 00:00
입력 1992-01-04 00:00
◎국민들의 저항 막아줄 안전장치 미흡/공화국 재정도 취약… 성공여부 미지수

공산통치 74년만에 처음으로 수요공급원칙에 따른 가격자유화가 구소련땅에서 시작됐지만 그 성공여부를 점치기는 극히 힘든 상황이다.

러시아를 필두로 우크라이나·몰도바 등에서 2일부터 시작된 가격자유화의 당면목표는 『상점에 물건들을 다시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고 할수있다.하지만 3일 현재 모스크바를 비롯,주요도시 대부분의 상점에서 물건 값은 수십배씩 올랐지만 상품진열대는 여전히 텅비어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가격자유화를 주도한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언젠가는 시작해야할 정책이고 ▲공장·농장들의 생산의욕을 부추겨 결국엔 생산력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6∼8개월만 참아달라』고 가격자유화의 당위성을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은 ▲기초상품에 대한 정부독점이 계속되고 있고 ▲농업에서의 비효율적인 집단농장제도가 존속하는 등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가격자유화는 효과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옐친은 지난12월말 집단농장의 민영화계획을 발표한바 있으나 아직 구체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시장가격체제가 자리를 잡기 전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것이다.고르바초프 구소련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이었던 야블린스키등은 벌써 『2∼3주내 조직적인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예상되는 가격폭등을 우려해 각공화국 모두 약간의 제동장치들을 마련해 두고는 있다.러시아는 전력·석유등 기초생산제 7개 품목과 빵·우유등 기초소비재 13개 품목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했고 우크라이나도 기초생필품의 가격상한제와 함께 1인당 4백루블짜리 통화쿠폰 지급등 충격흡수장치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없이 시민들의 사재기와 생산업자들이 추가 가격인상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공급을 꺼려 우유·육류등 기초생필품들의 품귀현상은 계속되고 있고 가격 또한 폭등추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가격자유화를 도입한 공화국들의 재정상태가 열악하다는 점을 들어 비관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현상태에서 국민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선 통화증발을 통한 임금인상,보조쿠폰 발행등의 길 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인플레 악순환만 가져올뿐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모두 기업의 정부독점해제와 사유화가 돼있지 않아 가격자유화는 기업도산·대규모 실업에 이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통화안정과 기초생필품의 공급확보 등 국민들의 저항을 막아줄 안전장치가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자유화의 앞날은 매우 험난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들이다.<이기동기자>
1992-01-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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