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연방의 소멸과 한반도(사설)
수정 1991-12-19 00:00
입력 1991-12-19 00:00
물론 소련이라는 국가실체의 소멸은 아니다. 소비에트연방은 해산되지만 공화국들은 남는다. 옐친이 주도하는 독립국가공동체로 새 출발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것이 될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분명한 것이 있다면 공화국들의 위상이 거의 절대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자유·민주·자본주의 공화국들의 필요에 따른 자발적 공동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분명하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공산주의 혁명의 공식 종언을 의미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연방의 붕괴보다도 공산혁명과 함께 탄생한 소비에트의 소멸,그리고 공산혁명 그 자체의 공식 종언에 더 큰 역사적 의미를부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산주의 소련은 소 국민은 물론 세계에 대해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이었던가. 돌이켜보면 고통과 희생의 강요로 일관되었던 74년의 공산혁명사였다. 공산주의 이장사회 건설의 명분밑에 얼마나 많은 인명의 희생과 고통의 강요가 요구되고 정당화 되었던가. 소련에서는 물론 동구와 중국대륙,그리고 한반도와 인도차이나에서 있었던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이 잘못되고 실패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도 결국은 그런 자각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74년간의 공산주의가 세계에 기여한 것이 있다면 자본주의의 파멸을 막는데 도움을 준 사실 뿐이란 역설적 평가도 있다. 사회주의의 장점인 분배와 평등의 가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산권은 그로서 「빈곤의 평등」을 달성했지만 덕분에 서방은 복지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발전시킴으로써 공산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소련과 동구,그리고 인도차이나가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다. 누구와 무엇을 위한 공산혁명이요 희생이며 고통이었단 말인가. 중국과 북한은 그런데도 여전히 사회주의 고수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정치사회주의와 경제자본주의라는 정경분리의 방향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소련등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 공산혁명의 포기와 민주화개혁의 변화는 소련의 소멸이 상징하듯 어쩔 수 없는 세계사적 시대의 요구인 것이다.
소련의 소멸을 보면서 한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분단과 골육상쟁의 한반도는 공산혁명의 가장 큰 희생자의 하나였다. 소련의 소멸이 상징하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최근의 남북한 합의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이미 역사의 유물이요 골동품이 되어 버렸다. 어떻게 하면 이 무의미해진 분단을 가장 적은 혼돈과 희생과 비용으로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남북한의 공통된 역사적 소임이다. 북한의 질서있는 민주화 개혁의 달성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돕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일 것이다.
1991-12-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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