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신뢰 사라진 입시/송태섭 사회1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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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12-04 00:00
입력 1991-12-04 00:00
그러나 올해의 수험생들은 예전 선배들과는 달리 「특이한 경험」을 해야 할 것 같다.
연초부터 봇물 터지듯 터져나온 입시부정의 회오리로 엄청난 홍역을 치렀던 대학들이 서슬퍼런(?) 부정방지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가장 탈이 많았던 예체능계대학의 입시부정을 막기 위해 각 대학들은 복수채점제의 도입과 함께 실기고사장에 커튼을 설치하고 녹음기와 녹화기(VTR)까지 동원할 모양이다.
또 「입시위원회」등을 구성,원서접수부터 합격자발표 및 사후관리를 전담케 하는 한편 그동안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던 감사반의 기능과 권한도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위해 별도의 예산까지 책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오명을 씻기 위한 대학들의 이같은 노력에 수긍을 하면서도 왠지 서글픈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가려진 커튼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바이올린을켜는 수험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그 반대편에 앉아 채점을 하는 교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들 사이에 드리워진 시커먼 커튼이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불신풍조를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스승과 제자로 만나게 될 이들이 어쩌다 이런 참담한 모양으로 「상견례」를 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입시부정은 있어서도 안되고 부정을 막기위한 노력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됨은 두말할 나위없다.
하지만 정말 이런 황량한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입시부정의 원인이 가까이는 비좁은 대학문과 지나친 교육열,멀리는 금전만능주의 풍조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뚤어진 세태에 있다고 보면 솔직히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는지 의문도 생긴다.
이 웃지못할 「희극」을 보면서 대학이나 교육당국 아니 우리 모두가 대학의 건강성,나아가 사회의 도덕성을 되찾는 뼈아픈 자성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건 아닌지….
입시부정을 막기위한 대학들의 안타까운 몸부림은 바로 믿음과 부끄러움이 사라져버린 우리 사회의 한단면이라 할수 있다.
정말 우울한 겨울이다.
1991-12-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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