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포옹하는 남북여성(사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1991-11-25 00:00
입력 1991-11-25 00:00
남과 북의 여성들이 서울에서 만난다.분단후 처음있는 교류라고 할수 있다.큰 규모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 참가한 한 두명의 여성대표가 만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민주이 갈려 오랜 고질속에 헤매고 있는 당면한 모순을,여성의 역할로 단축하고 해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기회인 것이다.

이 모임은,원래 일본이 주도한 것이다.지난 5월 일본에서 열렸던 토론회에 이어 두번째로 25일부터 3일간 열리는 모임이다.아시아의 평화에 커다란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인식아래,분단의 책임을 진 일본의 여성들이 그 책임을 사죄하고 「교류」라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아래 주선한 것이다.그래서 이번 토론회의 명칭도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에 관한 토론회」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여성이 기여할수 있는 역할은 많이 있다.여성이기 때문에 갈등을 초월할수 있고,여성의 정서만이 감당할 수 있는 화해의 기능도 있다.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켜 이어가게 하는 원초적 능력을 지닌 여성들은,갈라지고 끊어진 것을 기워주고 이어주는 일을 본능적으로 수행할수 있다.오늘 「서울의 만남」도 그런 단서가 될수 있으리 라고 믿고 기대한다.그러기 위해서 이번 행사의 진행을 통해 양측이 깨닫게 된 일도 있고 반성할 일도 있을 것이다.우선,「순수 민간 주도」의 교류임을 표방하고 있으나 남쪽의 대화 상대를 이른바 「재야」대표로 국한시켜 고집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것으로 지적될 수 있다.북쪽의 대표는 명백하게 제도권내의 공식기구를 대표하는 인적 구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우리로서는 그점이 다소 유감스럽게 생각된다.

왜냐하면,분단이후 최초로 맞는 이 기회가 보다 폭넓게 범녀성적 교류의 기회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회의 주체에 다른 민간 여성기구들도 포함될수 있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겠기 때문이다.

그런 의향의 사전 타진이 단호히 거부 되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진작부터 여성단체협의회나 한국부인회등이 공식 창구를 통하여 여러번 교류 신청을 하고 통보한바 있으나 아직 일언반구의 회신조차 북쪽에서 받고 있지 못하다.이런 단체야말로 「순수」한 민간녀성단체로 역사도 오래고 전통도 깊다는 것을 피차가 알고 있는 터다.같은 민간기구중 어느 한쪽만을 수용하고 다른 한쪽은 완강히 차단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느쪽이건 정당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그 점은 남쪽의 주선주체부터가 보다 탄력있고 성숙한 노력과 기량을 발휘했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왕에 이만큼이라도 성사된 일이므로 성과가 최대한으로 이뤄지기를 염원한다.서로 만나 민족의 혈맥이 이어져야 통일의 탄탄한 기반이 조성된다.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헤어진 가족이,강제로 흩어진 피붙이가 서로 오갈수 있는 일이 급선무다.정치나 이념이 타협하지 못하는 중에라도 가족은 얼마든지 만나 한을 풀수 있다.모성이 내재된 여성의 역할은 그 과제를 감당할수 있는 능력과 슬기를 지니고 있다.그것이 평화의 근원이며 통일의 출발이기도 하다.「서울에서의 포옹」을 과시한 남북여성들에게 쏠리고 있는 겨레의 시선에 충분한 응답이 있는 토론회이기를 거듭 당부한다.
1991-11-25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