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박사등 18명의 「6·25체험기」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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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11-23 00:00
입력 1991-11-23 00:00
◎참담함속 통일갈구 절절히/모윤숙·박순천·복혜숙씨등 구술도 정부기록보존소 첫 공개/서울수복까지의 참상 묘사/동족상잔의 비극 되새기게

현민 유진오 박사를 비롯,박순천·모윤숙 여사,인기여배우 복혜숙씨,당시 서울신문 정치부장 김영상씨등 각꼐지도층인사 18명의 6·25체험기록 원본등이 입수돼 22일 최초로 공개됐다.

특히 유박사의 기록중 미 제5공군부속 공군대학에 제출된 보고서는 유박사의 친필로 된 국문 및 영문원고 원본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기록문서는 6·25당시 미 공군후원하에 북한군의 활동과 조직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프레드리히 윌리엄스씨가 제출받아 보관하고 있던 것을 총무처 정부기록 보존소(소장 김길수)가 해외공보관 뉴욕문화원을 통해 지난 9월 입수한 것이다.

최초로 공개된 유박사의 친필기록은 맨 앞부분에 「미 제오공군대학에 대한 보고」라는 제목과 함께 「보고서 고려대학교 대학원장 유진오」라고 씌어있으며 끝부분은 「이상 1951·1·13일 제출」이라고 명시되어있다.

보고서는 가로 20.5㎝×세로 27㎝ 크기의 얇은 모조지에 청색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씌어있고 모두 12장으로 되어있다. 모조지는 당초 흰색이었으나 시간이 지나 누렇게 바래있었다.

내용은 북한인민에 대한 정치적 재교육투쟁과 남한국민에 대한 정치적 재교육,남북한간의 관계(차이점과 공통점),역사에 기초한 정책대안등 4부분으로 나눠져있다.

마지막 장인 정책대안에 기술된 「공산진영에 대하여 민주진영이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자원·생산력에 있어서나 우월함을 모든 각도로 부터 계몽할 것」등의 내용들로 볼때 당시 유박사는 유엔군의 참여로 한반도가 통일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썼던 것 같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유박사의 친필보고서와 함께 입수된 사회저명인사들의 영문 「6·25 체험기록」은 당사자들이 직접 쓴 것이 아닌 윌리엄스씨와의 인터뷰기록 원본이다.

이들의 체험기록은 6·25 발발 직후부터 9·28 서울수복때까지 90일 동안 각자가 겪은 암울한 상황과 절망적인 심경을 담고 있는데 각 기록마다 내용을 압축한 제목을 달고 있다.

유박사는 「서울에서의 탈출」,여류시인 모윤숙씨는 「나는 진정 살아있는가」,당시 서울신문정치부장 김영상씨는 「기자가 겪었던 일」,여성교육가 황신덕씨는 「내려앉은 공습방호」,국회의원 박순천씨는 「피로 뒤범벅된 부상자의 치마를 입고」 고려대교수 이건호씨는 「폭력에 대한 나의 항의」등의 제목들로 되어있다.

김길수 소장은 『제목만 보더라도 6·25발발후 각자가 겪은 불안과 초조로 점철된 3개월간의 생활을 알 수 있으며 이중에는 생사의 기로를 헤매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기록들도 있어 동족상잔의 비극이 얼마나 처참했는가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1991-1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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