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담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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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11-09 00:00
입력 1991-11-09 00:00
◎동서의 군사대결 종식/유럽 「공동안보 틀」 마련/정치기구로 사실상 성격 전환/기동성 높여 국지전 해결 주력

냉전시대 종식이후 나토의 새 진로 모색을 위한 나토정상회담이 8일 북대서양협력위원회(NACC)의 창설등 동서유럽의 협력관계 정립을 주내용으로 한 「정치선언」과 핵및 재래전력을 대폭삭감하는 대신 기동성을 높인 신속대응군(RRF)의 창설을 주내용으로 한 「신전략개념」을 채택하고 이틀간의 회의를 마쳤다.이번 회담을 계기로 지난 49년 유럽안보를 위한 집단방위기구로 출발한 나토는 40여년만에 새 장을 열게 됐다.

이번 회담에서 채택된 정치선언이나 신전략개념은 소련제국과 공산주의의 붕괴에 따른 국제정치 성격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즉 동서가 과거와 같은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안보유지를 위해 하나의 틀안에서 대화와 조정을 통해 공생하는 협력관계에 놓이게 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냉전시대의 군사적 대결의 원천이었던 유럽의 정치적 분열은 이제 끝났다』고 밝힌 나토의 발표는 이같은 상황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처럼 유럽은 이제 과거와 같은 이념대립에 따른 대규모 전쟁의 위협에선 점차 벗어나고 있다.대신 경제사정 악화에 따른 민족간 분쟁이나 중동,아프리카와 같은 나토 외곽지역에 있는 정정불안지역에서의 안보유지가 나토의 새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게 됐다.이와 동시에 군사력을 앞세운 집단안보유지의 효율성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다국간 공동이익을 내세운 집단조정을 통한 안보유지가 훨씬 더 효율적인 시대로 바뀌고 있다.

나토가 핵억지력을 위주로 한 과거의 군사전략을 포기하고 핵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기동력있는 소규모의 신속대응군부대로 발생가능한 국지분쟁에 대처한다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채택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이다.또 군사력이 아닌 정치적 방법을 통해 유럽의 안정과 평화를 지킨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과거와 같은 군사기구에서 벗어나 정치기구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나토의 기존 16개 회원국에다 소련과 동유럽 5개국 및 발트3국을 합친 25개국으로 다음달 20일 브뤼셀에서 출범하는 NACC는 정치기구로서 나토의 장래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첫걸음이 될 것이다.NACC의 창설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 이후 안보공백을 우려하던 동유럽국들에게 사실상 집단안보의 혜택을 확대,이들의 불안을 불식시켰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다가올 유럽통합을 앞두고 동서유럽이 진정한 하나의 유럽으로 뭉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좋은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난달 가시화하기 시작한 유럽통합군 창설계획과 관련,나토내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고수하려는 미국과 이 계획을 주도하고 있는 독불간의 갈등은 이번 회담을 통해 다시한번 부각됐다.부시 미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의 연설을 통해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미국이 빠진 유럽 독자 방위계획을 수립하든지 양자택일하라고 경고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이와 관련,콜 독일총리가 나토내에서의 미국의 역할이 당분간 지속돼야 한다는 양보 제스처를 보인 것은 유럽이 미국을배제한 독자적 방위계획을 수립하기까지는 아직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그러나 유럽방위의 주도적 역할을 둘러싼 이같은 갈등은 앞으로 나토의 위치 정립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유세진기자>
1991-11-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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