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증요법” 교육정책/송태섭 사회1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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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10-18 00:00
입력 1991-10-18 00:00
장고끝에 악수인가.

잊을만 하면 터지고 또 잊을만 하면 불쑥 튀어나오는 대학입시부정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노심초사」해 그때그때 발표하는 「대책」을 보면 단견도 어지간한 단견이 아니라는 생각이 앞선다.

교육부는 대학에서의 입시부정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그 대책으로 부정입학생의 숫자만큼 입학정원을 줄이고 예체능계대 입시에서 실기고사의 성적반영비율을 종전비율보다 10∼40%나 낮추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같은 일련의 「입시부정근절책」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처방이 아니라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대증요법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학입시부정의 가장 큰 원인은 열악한 사학재정 형편에 있고 교육부도 이를 수긍해 기여입학제의 도입을 앞장서 거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사학재정의 원천인 해당대학의 정원수를 감축하겠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대학재정의 숨통을 막아 비리의 소지를 더 키워주는 「자충수」를 두는 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감축된 인원만큼 선의의 학생들이 대학진학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마저 낳는 비교육적 발상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예체능계대 실기고사성적의 반영비율을 낮추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실기능력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데가 예술과 체육계이며 이 때문에 재능있는 학생들을 조기발굴,기능을 중점적으로 연마시키기 위해 일반학교와 별도로 예술고와 체육고등을 설치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처지에 느닷없이 「예술인」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실기능력에 대한 평가를 상대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은 예체능 교육의 본질을 도외시하는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결국 이번에도 교육부는 입시부정사건을 그 순간만 넘기면 유야무야되는 일과성 「홍역」쯤으로 여기는 「정책부재의 구태」를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긴 안목이 아쉽기만 하다.
1991-10-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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