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대통령 풍자만화 놓고 격론(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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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7-29 00:00
입력 1991-07-29 00:00
대통령을 소재로 한 풍자만화를 놓고 파나마에서 대통령과 만화가가 「만화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6월 일간지 「라 프렌사」지에 실린 자신의 정치풍자 만화를 본 엔다라 대통령이 명예훼손혐의로 이 만화를 그린 만화가를 검찰에 고발하자 파나마의 전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처사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을 화나게 한 문제의 만화는 머리가 두개나 달린 엔다라 대통령이 지난89년 미국의 침공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오르테가장군의 두 측근옆에 서있는 그림.엔다라 대통령은 오르테가장군의 측근들이 보석으로 풀려날때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었다.
만화에서 이 두 측근은 돈뭉치가 가득 든 서류가방을 하나씩 챙겨들고 달리는 모습이고,이 서류가방에서 떨어진 돈뭉치들이 엔다라대통령앞에 놓여져 있어 그가 오르테가 측근들을 석방시켜준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기고 있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 만화를 본 엔다라대통령은 『마치 내가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게하고 있을 뿐아니라 나에 대한 불신감과 불명예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검찰총장에게 만화를 그린 사람을 처벌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만화를 그린 24세의 카라스퀼라씨는 물론 파나마의 전언론은 대통령의 처사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도발행위로 규정,일제히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만화가인 카라스퀼라씨는 『엔다라 대통령의 처사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우리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파나마 신문들은 또 대통령이 고소장을 제출한뒤 지금까지 3주간에 걸쳐 매일 유머감각이 없는 엔다라대통령을 꼬집는 풍자만화를 게재,그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언론들은 엔다라대통령이 자신의 귀에 거슬리는 문제만 생기면 들고 나오는 「명예훼손」죄는 강권통치자였던 노리에가때 생긴 법으로 그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온 터여서 그의 입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는 취임초 폐간됐던 신문사와 방송국 등의 문을 다시 열게 하는등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조치를 취해 90%를 상회하는 높은 지지를 얻었으나 지금은 그 지지도가 14%로 뚝 떨어져 버렸다.
파나마 신문만화가들은 이달초 명예훼손죄의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면서 6개의 볼펜들이 대통령의 의자를 찌르는 모양의 풍자만화를 함께 실었는데,이 성명서를 본 엔다라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박현갑기자>
1991-07-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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