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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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2-28 00:00
입력 1991-02-28 00:00
하늘이 아버지라면 땅은 어머니. 한자의 「지」자도 그를 말해 준다. 「토」(흙)와 「야」(여음의 상형)로써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만물을 낳고 기르는 그 땅을 「어머니」로만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유물로 삼은 것이 인간들의 욕망. 그로부터 인간들의 크고 작은 싸움은 이어져 내려온다. 수서사건도 그렇고 걸프전도 말하자면 땅뺏기 아닌가. ◆억이라는 돈 단위에 불감증이 걸려 있는 상태이기는 하다. 부정사건이다,뇌물이다 하면 금방 억자가 등장해 왔으니 말이다. 그렇기는 해도 서울 명동의 땅 값이 1평에 1억4천2백15만원이라는 건 역시 놀랍다. 그것도 공시지가이고 보면 실제 거래액은 더 나갈 것. 지난해 8월에 발표된 그곳 공시지가가 1억1천8백80만원이었으니 몇달 새 많이도 올랐다. 서민들이 「억」소리내며 눈이 뒤집힐 만큼. ◆금싸라기 땅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거야 말로 진짜 금싸라기 땅. 그 면적을 그 돈어치금으로 덮어 본다면 그 두께는 과연 얼마쯤 될까. 평생 월급쟁이를 한 사람이 용케 마련하여 노년을 의탁하는 집칸이라는 것도 이명동의 땅 1평만 못할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숱한 사람의 기를 죽이는 명동의 땅값. 수복후 한동안 로망의 거리였던 명동이 황금의 거리로 변모했는가. ◆이를 두고 누구는 땅값마저 일본을 닮아가야 하느냐는 말을 한다. 도쿄의 명동이라 할 긴자(은좌)는 평당 1억엔(우리돈 5억여원)아닌 곳이 없을 정도. 그나마 매물도 없다. 온 열도의 땅값이 날이 새면 오른다. 어떤 호사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일본의 땅값 총액은 89년 현재 1천3백8조엔. 국토 38만㎢의 25배나 넓은 미국 국토를 2개쯤 사들일 돈이라던가. ◆한정된 좁은 땅에 인구는 늘어 나면서 소유욕과 더불어 생기는 현상이 땅값 상승. 우리나 일본이나 같다. 그럴수록 집없는 사람들의 시름은 깊어가기만. 또 그럴수록 「어머니」로 생각하는데 머무르지 못하고 「소유물­재화」로 생각하게 된 인간들의 욕망의 정체도 생각해 보게 된다.
1991-02-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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