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동북아의 핵심권으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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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2-17 00:00
입력 1990-12-17 00:00
◎노대통령 방소의 경제적 성과

노태우 대통령의 소련 방문을 계기로 한소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중대한 변화가 예견된다. 동시에 이번 방문은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과 관련,태동되고 있는 동북아 경제권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국이 담당할 수 있는 기반과 전기를 마련했다고 하겠다.

한소간의 경제협력은 단순히 2국간 협력에 그치지를 않는다. 넓게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이 경제협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좁게는 동북아의 경제협력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과 호주가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공동체,중국이 동북아경제공동체구상,소련의 태평양 연안국가선언 등과 관련하여 우리가 이 지역의 핵심국가로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정지작업이 바로 한소 경제협력이다.

한국은 그 동안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과 소련 및 중국의 영향력,비동맹 중립노선을 추구하는 아세안 등의 입장을 감안하여 아시아·태평양지역 협력은 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정치·외교적 측면에 치중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한소간의 수교는 이러한 제한적인 협력의 벗기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고 았다.

한소 수교에 이은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면 한·소·중이 중심이 되는 동북아 경제협력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 될 것이다. 이들 3국의 경제협력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에 기폭제가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셈이 된다.

노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통해서 그처럼 원대한 경제적 구상을 가시화시켰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번 방소의 경제적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시각을 좁혀 한소 두 나라간의 경협으로 국한시켜도 기대되는 효과는 광범위하다. 그 첫째로 두 나라는 시장의 상호 보완성을 갖고 있다. 소련은 현재 생필품을 비롯하여 소비재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소비재공업이 이미 발달되어 있어 상당한 공급능력을 갖고 있다. 반면에 소련은 우리에게 부족한 석유와 석탄 등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다.

둘째로 두 나라는 과학 및 기술분야의 협력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련은 기초과학분야와 일부 첨단과학분야에서세계 최상위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은 이를 상용화하는 데 실패한 반면에 우리는 응용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술을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 첨단기술의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나 선진국들이 부머랭효과를 내세워 기술이전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로 두 나라는 사회간접자본 분야에도 협력의 가능성이 크다. 공산권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대로 소련은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낙후로 인하여 제조업부문의 성장이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다. 한국은 중동 등 해외에서 사회간접자본 시설 프로젝트에 참여,이 분야에 상당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방소를 계기로 이같은 협력의 보완성 또는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으며 이 점을 바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장의 보완성을 접목시켜 주기 위해 양국간 무역협정이 체결되었고 과학기술의 협력증진을 위한 과학기술협정이 체결되었다. 또 자원개발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의 합작투자 또는 단독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거키위한 투자보장 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이 체결되었다.

한소 두 나라는 정상회담을 통해서 그 동안 협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던 법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어 버렸다. 앞으로 루블화의 태환성 보장과 과실송금자유화조치 등의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두 나라 경협은 이제 업계의 본격적인 협력단계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또 한가지 이번 대통령의 방소는 남북한경협을 가시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리와 소련과의 자원개발사업을 비롯한 여러가지 프로젝트의 경우 북한에 참여기회가 주어지고 북한이 이에 응한다면 남북한이 제3국에서 협력을 실현하는 셈이 된다. 이러한 협력은 직접적인 남북한 협력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 기업의 소련 진출에 있어 중국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문제 역시 한중간의 협력증진에 도움이 될게 분명하다.

노 대통령 방소의 경제적 성과는 앞서 본대로 광범위하고 원대하다. 두 나라간의 협력차원을 넘어서 동북아경제권,더 나아가서 태평양경제권과 깊이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한소는양국간 경협 뿐 아니라 권역내 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기마련에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 소간의 경협이 중국과의 경협을 확대 발전시키고 아울러 남북한 경제교류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상호간의 보완성은 이 지역 경제권 형성을 촉진할 것으로 우리는 굳게 믿고 있다.
1990-12-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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