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지원」을 볼모로 잡다니…”/오승호 사회부기자(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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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1-25 00:00
입력 1990-11-25 00:00
◎지방서 올라온 고3생·학부모 애태워

학교 곳곳에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대자보가 나붙은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이른 아침부터 정문과 본관 앞을 막고 농성을 벌였다.

3년동안 갈고 닦은 실력에 맞춰 원서접수 첫날 소신지원을 하기 위해 이 학교를 찾았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참으로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총학생회 간부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이 학내분규를 구실로 농성을 벌이며 원서접수를 방해하는 바람에 원서를 접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오5시30분쯤 원서접수 창구가 있는 본관 현관에서 첫날 계획대로 원서를 접수하는데 실패(?)해 발만 동동구르고 있던 수험생과 학부모 50여명은 드디어 교직원 및 학생회 간부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나도 국제대학생이 되려는데 왜 권리를 침해햐느냐』는 것이었다.

이 대학은 전기에 야간대학만 모집하기 때문에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운 속에서도 주경야독의 꿈을 키우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산·청주·인천 등 지방에서 올라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이었다. 『내일부터는 접수가 가능하다』는학교측의 설명을 듣고서도 이들은 원서를 접수시키기 위해 하룻밤을 서울에서 묵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래도 화를 이기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 학교 회계학과에 지원하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하오2시쯤 학교에 도착했다는 인천 J고교 졸업반 우모군(18)은 『소신지원한 뒤 나머지 기간을 수험준비에 매진할 생각에 일찍 집을 나섰다』고 밝히고 『대학생 선배들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한 방법은 결코 옳지 못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91학년도 전기대입시 원서접수 첫날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자리잡은 국제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학교는 둘째날인 24일부터는 학생들의 자제로 원서접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경북대·전북대·청주대 등에서도 이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도가 지나쳐도 너무한다 싶은 안타까운 일이다.
1990-11-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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