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혁명」…흔들리는「소 제국」/「혁명기념일 총격 소동」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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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1-09 00:00
입력 1990-11-09 00:00
◎최대 국경일에 4만 반정시위/개혁붐 타고 연방 해체위기감

볼셰비키혁명 73주년 기념일인 지난 7일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화려한 혁명기념 퍼레이드 도중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한 남자가 레닌묘 사열대 부근에서 총 2발을 쏜 것 뿐이고 정치적 목적이 있는지,고르바초프를 겨냥한 것인지도 분명치는 않아 1회성 해프닝으로 끝나 버렸지만 공산당과 중앙정부가 총질을 받을 만큼 권위와 위세가 추락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혁명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1시간만에 「붉은 광장에서의 레닌추방」「KGB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는 1만여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광장을 점거했다. 개혁정책을 둘러싸고 고르바초프와 불화를 빚고 있는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과 포포프 모스크바시장은 혁명기념식에도 참석하고 이어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도 합세했다. 4만여명으로 늘어난 시위대는 고 사하로프박사의 집까지 행진하면서 「공산당 타도」「미국 맥도널드 햄버거 만세」 등을 외쳐대기도 했다.

최대의 국경일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5개 공화국 가운데 절반가량이 혁명기념식을 갖지 않겠다고 공표해 왔고 일부에서는 「국가적 비극의 날」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었다. 혁명기념식을 갖지 않겠다는 레닌그라드시장 소브차크는 시민들에게 월동준비를 하고 행사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쯤되면 「자본주의와 지주의 압제를 타도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기틀을 세운」 볼셰비키혁명은 이미 빛이 바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대접을 받는 것은 혁명기념식뿐만이 아니다. 혁명의 대의를 세우고 혁명을 지도한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 창건의 아버지 레닌도 곳곳에서 재평가작업과 동상철거의 수모를 겪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스탈린은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개혁정책을 레닌의 저작에 기초해서 옹호해 왔다. 이번 혁명기념일 슬로건 가운데 하나가 「레닌의 이름과 대의를 수호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레닌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혁명이전에는 성 페테르스부르크라는 이름을 가졌던 레닌그라드 시민들의 절반가량은 레닌그라드가 혁명의 발상지임에도 불구하고 성 페테르스부르크로 이름을 환원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발트 3국에서는 레닌동상이나 초상화 등 기념물이 거의 사라진지 오래다.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발트 3국으로부터 그루지아 우크라이나 등에 이르기까지 널리 확산돼 있고 모자라고 구하기 어려운 경제사정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연방이 언제 붕괴되지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인상을 주고 있다. 최근 미국의 보수적인 헤리티지재단이 앞으로 10년안에 소련이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황당하게만 들리지 않을 만큼 소련은 존망의 위기에 몰려 있다. 자유ㆍ평등ㆍ박애의 프랑스 혁명은 2백년이 지난 지금도 역사속에 빛나고 있으나 소련의 볼셰비키 혁명은 불과 73년만에 벌써 퇴색하고 기틀마저 흔들리고 있다.<강석진기자>
1990-11-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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