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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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10-14 00:00
입력 1990-10-14 00:00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좋은 점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악마의 발명품』. 앰브로스 비어스는 「악마의 사전」에서 「전화」를 이렇게 풀이해 놓는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점」이란 정겹게 쓰는 편지라도 뜻함이었을까. ◆그 전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는 1882년. 1876년 벨이 발명한 지 6년 후가 된다. 그 당시 쓰였던 다리풍ㆍ덕률풍은 텔레폰을 음사한 이름이고 어화통ㆍ전어통은 그 구실을 생각하는 뜻으로서의 이름. 1902년에는 한성(서울)∼인천 사이에도 가설된다. 하지만 해방되던 해까지 서울의 전화 대수는 1만5천6백56대. 전국을 친다 해도 3만대 안팎이었다. ◆그러니 전화를 가진 집이라 하면 대단할밖에 없다. 그것은 1공화국ㆍ2∼3공화국시대도 마찬가지. 80년을 전후할 무렵까지도 전화는 「재산」 속에 들었다. 80년대 들면 3백만 회선을 육박하지만 그래도 신청을 해놓고 좋이 한두해는 기다려야 했던 전화사정. 그것이 지금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신청 즉시 가설될 정도가 되었다. 외국에서 걸어도 이웃집에서 건듯이 감도까지 좋아진 전화. 그 전화가 1천5백만 회선을 돌파하고 있다. ◆그렇게 필수품화해 있는 문명의 이기를 일상생활화할 수 있을 만큼 전화문명을 정립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우리 의식구조. 우선 전화를 걸고 받는 예절부터 많이 잘못되었음은 누구나 느끼는 일이다. 전화통을 잡았다 하면 여고시절 얘기까지 늘어놓는 장광설. 음담패설을 지껄여대는 장난질 전화. 몸살을 앓는 공중전화시설. 114에 폭주하는 하루 3백12만건의 문의전화. 이 모두가 「1천5백만 회선에 부끄러운 작태들이다. △물론 「악마의 발명품」 아닌 「천사의 발명품」. 하지만 문명의 이기란 그것을 선용할 때 더욱 빛나고 값지게 되는 법이다. 이용자들의 높은 공중도덕심 확립이 회선의 증가 자랑보다 앞서는 일 아닐까 한다.
1990-10-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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