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회담에서 정상회담으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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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9-01 00:00
입력 1990-09-01 00:00
남북한은 이제 그 대화와 교류사상 처음이라고도 할 양쪽의 책임있는 당국자 회담을 갖게 됐다. 남북 총리회담이라면 그 결과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까지 연상될 수도 있다. 이제 남북한은 정치ㆍ군사와 경협,문화 및 체육ㆍ교육과 이산가족 재회에 이르는 모든 현안들을 당국간에 책임있게 협의할 또 하나의 창구를 갖게 된 것이다.

남북한 총리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은 오늘날 남북한이 처한 상황과 현실,그리고 민족문제 해결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그대로 반영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측은 지난 30일 양쪽 책임연락관 실무접촉과정에서 본회담의 서울 개최가 최종 확정되는 순간에도 한국측이 대화를 「분열주의」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총리회담은 물론 남북한 모든 대화채널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북한 관계의 심각성을 상황의 이중성에서 찾고 있다. 남북한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또 참으로 많이 인내하고 양보해야 한다.그러면서도 남북한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각축과 대치상태를 계속할 수박에 없다. 그것이 바로 상황의 2중성이다. 남북한 총리회담은 그것이 책임있는 당국간 회담이라는 측면에서 바로 이 상황의 2중성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사실이 그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남북한 총리회담에는 한쪽으로 매우 큰 위험부담도 따르게 된다. 회담에서는 지금까지 남북한간 첨예한 군사적 대치상황에 의해 의도적으로 금기의 대상마저 되었던 군비통제 내지 군축의 문제와 이에 수반되는 군사정치적 쟁점들이 논의될 것이다. 이 문제의 예민함과 복잡성에 비추어 위험부담이 따르게 되는 것이지만 사실 이들 문제야말로 남북문제 해결의 본질이며 핵심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그 논의 전개에 따라서는 향후 한반도문제의 방향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서울 남북한 총리회담에서 이런 제반 현안들이 포괄적으로라도 논의됨으로써 남북문제 해결의 획기적인 전기가 이룩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회담에 임하는 양쪽 대표단의 명단을 살피면서 회담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희망을 갖고자 한다. 양쪽의 총리를 포함해서 모두 각 분야별 당국의 책임인사일 뿐 아니라 해당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륜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남북관계의 출발은 상호 이질적인 체제와 이념이 존재하고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한 사실과 원칙이 존중되지 않는 한 양쪽의 대화는 형식적인 대좌에 그칠 뿐 아무런 결과도 도출해내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화의 전제가 되어야 할 상호 이해와 신뢰의 바탕이 이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총리회담이 총리회담으로 그쳐서도 안된다. 구체적으로는 각 현안에 따라 분야별 하위 당국자 회담으로 위임될 수도 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정상회담으로 전개될 수 있어야 한다. 서울 남북한 총리회담은 그래서 꼭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1990-09-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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