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햄버거 “모스크바 점령”(세계의 사회면)
수정 1990-07-30 00:00
입력 1990-07-30 00:00
개점 6개월을 맞은 모스크바 시내 맥도널드 햄버거가게의 카운터에 루블화가 수북하게 쌓이고 있다.
레닌묘를 찾는 참배객들이 20분만 기다리면 잘 보관된 러시아혁명 기수의 시신을 볼 수 있는데 반해 점심때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먹으려면 1천명이상 늘어선 줄에 서서 1시간30분이상 기다려야할 정도로 빅맥(맥드널드 햄버거의 별칭)의 인기는 높다.
○여점원 미소ㆍ친절 고객에 크게 어필
개점 당시 하루에 3만개씩 팔려나가던 모스크바시내 햄버거의 폭발적 수요는 최근 5만개로 늘어나 전세계 최대체인점으로 자리를 굳혔고 종업원수도 6백30명에서 1천1백명으로 증가했다.
밀크셰이크는 녹은 채로 나오고 햄버거속의 상추는 한대지방에서 온실재배된 탓으로 잎이 딱딱하게 말려들어가 펴지지 않기 때문에 제맛이 나지 않는데도 상추는 소련인들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또 음식을 뚝뚝 흘리며 고함이나 지르는 점원들에 익숙한 소련인들에게 맥도널드 햄버거가게 종업원들의 미소에 가득찬 친절은 불가사의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백50㎞ 떨어진 무롬이란 마을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보루노바부인은 『정말 이곳은 청결하고 모든면에서 소련식당과는 다르다. 나는 정말 이 가게의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고 감탄을 금치 않는다.
○줄선행렬 끝까지 메뉴책 나눠주고
줄지어선 행렬 끝까지 쫓아 다니며 일일이 메뉴 안내책자를 나눠주고 묻는 말에 대답하는 잘 생긴 젊은 종업원들의 틈에 끼어 신문판매원등 잡상인들도 장사에 열을 올린다.
이곳 종업원들의 초임은 2백50루블로 소련노동자 월평균임금보다 다소 높은 편.
그런데다 근무태도에 따라 승급의 특전이 주어지기 때문에 종업원들간의 친절경쟁은 대단하다. 올해 21살난 포고소바양은 개점 당시 2백50루블을 받았으나 지금은 카운터감독직으로 승진,월5백50루블의 고임을 즐기고 있다.
또 개점당시 우려했던 종업원들의 절도행각도 패티(햄버거속고기)와 빵ㆍ오이지까지 일일이 세며 1일 결산을 하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거의 근절돼 이제는 문제가 되지않고 있다.
○1시간반기다려야 비싼 햄버거맛 음미
그러나 1시간이상 줄을 서야하는 불편과 함께 햄버거 한개에 3.75루블씩이나 하는 비싼 가격이 많은 소련인들에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시간 넘게 줄을 서고 있다고 말한 갈리나씨는 『이정도 돈이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기다리지 않고 편히 앉아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며 불평을 털어 놓았다.
맥도널드는 이미 인근 타잔카 광장가에 「갬버거 카페」를 개업하는등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갬버거란 햄버거의 소련어표기(소련어에는 영어의 H에 해당하는 알파베트가 없어 갬버거로 발음된다).
5천만달러가 들어간 맥도널드 햄버거가게가 문을 열기 전까지 소련에서 양파 상추 오이지 치즈 등의 식품을 구경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모스크바 AP 특약>
1990-07-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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