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제 개헌론」의 함정/우득정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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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7-29 00:00
입력 1990-07-29 00:00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27일 열린 제1차 평민당 정기전당대회에서 총재 재선 수락연설을 통해 『국민 다수의 지지속에 안정된 정국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김총재는 또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대통령의 유고시에 대비하기 위해 선진민주국가와 같이 부통령제를 채택할 것』이라면서 『부통령은 형식적인 존재가 아니라 국무회의 부의장이 되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선투표제 및 부통령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김총재의 이같은 개헌입장은 지난 87년의 대선이래 일관돼 온 것으로 새삼스런 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자당의 내각제개헌논의 움직임을 「장기집권 음모」「이원집정부제 획책」등으로 매도하고 있는 김총재의 개헌구상에도 이에 못지않은 「숨겨진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김총재는 「선진민주국가」의 대통령중심제 모델에 따라 부통령제를 도입하되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부통령에게 실질적인 권한을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중심제의 전형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부통령은 의전적인 존재일 뿐이며 모든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을 지닌 부통령제를 도입하는 개헌은 선진민주국가의 모델을 따른것이 아니라 김총재의 대권장악에 유리한 방향으로 또다른 「이원집정부제」 개헌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없지 않다.

지역감정 타파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총재가 자신의 취약지역 출신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워 현재의 지역감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대권에 접근하겠다는 속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김총재가 주장하는 대통령결선투표제는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처럼 내각제의 성격이 강한 이원집정부제의 권력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통용되는 선거제도라고 헌법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결국 헌정 40년동안 집권자들이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가 존립의 근간인 헌법을 자의적으로 개정하는 악순환을 9차례나 반복했듯이 김총재도 헌법의 형태에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집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헌하려 한다는 비난을 면치못할 것 같다.
1990-07-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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