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의 석학” 다니엘 벨 내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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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7-10 00:00
입력 1990-07-10 00:00
미래학의 세계적인 석학인 다니엘 벨 박사가 한국전기 통신공사(사장 이해욱)의 초청으로 내한,9일 하오 서울 힐튼호텔에서 「지금 우리는 제3의 기술혁명을 맞고 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벨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정보통신분야가 주도하는 제3의 기술혁명은 증기력 도입이나 전기ㆍ화학의 혁신에 의한 이전의 두 기술협명보다 훨씬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러한 기술혁명 대열에서 낙오하는 국가는 정체를 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변화를 수용하고 이행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사회적 토대를 창출하는 것이 정책수행의 최우선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데올로기의 종언」(1960년)「후기산업사회의 도래」(1973년) 등의 저서를 펴낸 벨 박사는 그동안 꾸준하게 미래 정보화사회,즉 탈공업사회에 대한 대변혁을 예고하면서 현제도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미래사회를 지향하는 비전을 제시,『앞으로는세계가 하나로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그는 또 2010년쯤 되면 태평양지역이 세계경제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1919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한 벨박사는 뉴욕시립대학을 졸업한뒤 「뉴리더」「포천」 등 잡지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시카고ㆍ콜롬비아ㆍ하버드대학 등에서 30여년동안 사회학 교수생활을 했고,현재 하버드대학 명예교수ㆍ미국 전기통신 및 컴퓨터에 관한 국가자문위원회 위원ㆍ미국 2천년위원회 의장 등을 겸하고 있다.
벨박사의 강연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바로 지금 제3의 기술혁명을 맞고 있다. 이 혁명은 증기력의 도입,전기와 화학의 혁신 등 앞서 있었던 두번의 기술혁명이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산업화라는 형태로 끼쳤던 것보다 훨씬 큰 영향을 파급시킬 것이다.
제3의 기술혁명의 근저를 이루는 4가지 변화는 ▲기계적ㆍ전기적 시스템의 전자적변화 ▲전도장치나 전파변환장치의 소형화 ▲정보가 숫자로 표시되는 디지틀화 ▲기술혁신을 이끄는 독립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 등으로서,이러한 기술혁신은 이미 발명과 혁신의 단계를 지나 혁명의 파급효과가 확산되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돌이킬 수 없는 대변혁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는 현재의 새로운 변화를 생각할 때 신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장치나 방법인 컴퓨터ㆍ전자통신 등을 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기술은 사회적 변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수단과 가능성을 제공할 뿐이며 그 선택과 이용은 각 사회가 책임지게 된다.
신기술의 가장 핵심적인 측면은 「하이테크」라는 말이 암시하듯 각각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기존의 모든 사회관계를 재조직하는 총체적 사회변동이라는 점이다.
다음 세대에서는 우리는 컴퓨터에 파묻히게 될 것이며 단하나의 마이크로칩으로 된 컴퓨터가 가정과 직장ㆍ사회를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이다.
요즘의 컴퓨터는 10억분의1초,또는 1조분의 1초 속도로 계산해낼 수 있으며 심지어 AT&T의 벨연구소에서는 1초에 20억비트를 증폭없이 80마일까지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30권 전부를 수초만에 전송할수 있는 속도이다.
통신수단 역시 전화(음성)ㆍ텔리비전(화상)ㆍ컴퓨터(데이타)ㆍ팩시밀리(문서) 등으로 구분하던 개념이 퇴색하고 대신 디지틀 교환방식으로 상호 연결되는 원격전송이라는 단일통합체제로 굳어져 가고 있다.
컴퓨터는 이제 가정ㆍ학교ㆍ직장ㆍ정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어 컴퓨니케이션 사회라는 새로운 말까지 탄생시켰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활용에 따라 도래한 후기산업사회,탈공업사회의 기본적인 활동은 처리ㆍ제어,그리고 정보에 관한 활동 및 인간끼리의 경쟁이다.
후기산업사회의 특징은 「서비스사회」로 압축되며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가 계속 생겨나고 확장된다.
확장되는 서비스는 교육ㆍ보건ㆍ사회사업ㆍ사회복지 등과 같이 「인간과 직접관련되는 것」과 분석ㆍ기획ㆍ설계ㆍ프로그래밍 등처럼 「전문적인 것」이 있다.
서비스사회의 확산에 따라 미국의 경우 노동인구의 70% 이상이 전문직ㆍ기술직ㆍ관리직 등 서비스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불과 4%의 농민들이 지금 미국에서 남아돌 정도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1990년 당시 농민 비율은 50%였다.
또 통신수단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탈집중화,즉 탈도시화 현상도 가속되고 있다.
이제까지는 수송수단ㆍ자원ㆍ에너지수단 등에 따라 도시가 이뤄졌었으나 앞으로는 통신수단이 사회의 중추적기능이 됨으로써 사람들이 점차 도시를 떠나 일과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사람을 얽매 놓았던 지리적 여건은 더이상 활동의 통제수단이 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통신에서의 혁명은 인간행위의 규모를 점점 더 변화시키고 있는데,국제사회 역시 점점 더 불안한 상호의존적 경쟁체제로 나아가고 있어 어느 한부분에서의 충격이 전체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된다.
뉴욕이나 도쿄 증권시장이 곧바로 세계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좋은 예이다.〈김용원기자〉
1990-07-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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