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경찰이어야 한다(사설)
수정 1990-05-26 00:00
입력 1990-05-26 00:00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 엄청난 에너지의 소모 현상이다. 한창 물이 오른 젊은이들이 상아탑에서 혹은 생산현장에서 그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불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더 안타깝고 답답해지는 것이다.
23일과 24일의 연이틀에 걸쳐 전경이 숭실대에 쳐들어가 「난동」을 부렸다는 사건이 보도된다. 전경들은 쇠파이프와 돌로 승용차를 부수면서 유리창등 학교의 시설물을 적잖이 손괴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23일에는 부천의 성심여대에서도 사복경찰에 의해 그 비슷한 일이 저질러졌다고 알려진다. 이를 전해 듣는 국민의 마음은 암담하고 우울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젊은이끼리의 무의미한감정대결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원인 관계를 생각하자면 대학생쪽이 먼저다. 격렬한 시위를 벌이면서 전경의 감정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경도 대학생과 같은 또래의 혈기방장한 젊은이이다. 그래서 검문하다가 더러 칼에 찔리기도 하고 화염병의 공격을 받아 부상하는 동료를 보면서 감정이 격앙될 대로 격앙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오죽했으며 쳐들어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된다. 「경찰」이라는 이름아래 「집단적」으로 감정적ㆍ불법적인 폭력에 나서는 일은 안된다. 있어서는 안된다. 경찰가운데도 파렴치범등 반사회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일이다. 1백명 2백명이 떼를 지어 하는 불법행위를 개인적인 경우와 함께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집단적 불법행위를 다스리고 막아야 할 위치에 있는 공권력의 첨병이 바로 그 잘못을 스스로 저지른다면 사회의 기강과 질서는 어찌 된다는 말인가. 그런 관점에서 이번 사태에 우리는우려를 보내는 것이다. 젊은이이기 때문에 솟구치는 감정을 누르지 못한 행위였다는 말로써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어디까지나 경찰이어야 하는 것이다.
권위주의는 배격되어야겠지만 참다운 권위는 살리고 복돋우는 것이 올바른 사회이다. 경찰의 경우도 그렇다. 권위위에서 전횡하는 경찰은 잘못이지만 참다운 권위만은 퍼렇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안녕과 질서의 사회를 구가할 수가 있다. 이 권위를 세우는 길은 자신에게 출발된다. 자신이 먼저 도덕성과 엄격성을 지킴으로써 남이 그 권위를 인정하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의 전경 학원진입 사건을 보면서도 그것을 느낀다. 경찰의 참다운 권위를 세워 나감에 있어서의 자해행위였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지도층이 젊은 그들에게 사명감과 자제력을 가르침에 모자람이 없었던가 뒤돌아 봐야겠다. 이번 사건은 잘잘못의 문제를 넘어선다. 경찰은 어느 때 어디서고 어느 경우고 끝내 경찰이어야 하는 것이다.
1990-05-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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