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은 원시불교집단에서 석가의 한 뛰어난 제자였다. 석가가 보살이었을 적에 미륵 역시 보살로서 같이 수행하고 있었다. 그 근기로 말하면 미륵이 석가보다 먼저 성불할 수 있을 것이었으나 수행정진에 보다 맹렬하고 진지한 석가가 보통 백겁을 요하는 보살행을 91겁으로 마치고 성불했다. 그래서 석가가 현재불이 되었고 미륵은 내세불로서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불경은 전한다. ◆미륵은 석가세존 입멸후 56억7천만년 뒤에 다시 세상에 나와 승림원의 용화수 밑에서 성도한 다음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 그때 이 세상은 낙토로 변한다. 이처럼 미륵신앙은 유토피아적 이상세계에 대한 동경과 희구로 특정지어 진다. 그러나 이상세계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중생들의 수많은 공덕과 부단한 정진으로 해서 건설되고 전개된다. 말하자면 우리 불교의 미륵신앙은 희망의 신앙이되 또한 끊임없는 정진의 신앙이기도 하다. ◆삼국시대이래 지금까지 미륵신앙은 연면히 이어오면서 우리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시대 미륵신앙의 유행은 미륵반가사유상이라는뛰어난 걸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불상에서는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의 평온을 읽을 수 있다. 한 손가락을 볼에 대고 사색에 잠긴 그 불상의 모습을 통해 조상들의 미래의 이상을 향한 꿈을 그려볼 수도 있다. 불안하고 어두운 사회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시달리던 민중들에게 이상사회 실현을 약속하는 미륵신앙은 소박하고 막연한 기대감을 줄 수 있었는지 모른다. ◆호서 제일 가람인 속리산 법주사에 불교적 정토와 이상세계를 계시하는 청동미륵대불이 세워져 12일 회향식(준공식)을 갖는다. 세계 최대규모인 이 미륵대불의 복장에는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다. 회향식에는 이북 불교도들이 초청됐으나 결국 오지 못했다. 선문에 적혔으되 일상생활과 평상심이 곧 부처이며 미륵이며 진리라 했다. 언젠가는 현세불이 될 미륵의 자비보살행이 북한땅에도 골고루 펴졌으면 하는 것이다.
1990-04-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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