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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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0-04-03 00:00
입력 1990-04-03 00:00
나는 흑두루미올시다. 대한민국 여객기로서는 처음으로 모스크바행하는 KE913편 동물칸의 「귀빈」이 될 뻔했던. 공항에서 딱지 맞고 사람님네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친구들과의 북행길에서 나는 힘이 달려 충남태안 갈대밭에 「불시착」했었지요. 그때의 절망감이란 형언할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한국사람들의 온정에 힘입어 기력을 회복했지요. 고마운 한국사람들은 거기 그치지 않고 나를 고향으로 보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감격했지요. 신문에는 『갔다』고까지 보도되었더군요. 그런데 못갔습니다. 실망 때문에 병이도질 것만 같군요. 부탁입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우리는 두나라 사이가 얼어붙었을 때에도 어김없이 장애를 받음이 없이 국경을 넘나들었습니다. KAL 여객기가 격추 당한 그해까지도 말입니다. 우리는 오며가며 애기를 나눴지요. 『사람들은 이상해. 왜 땅에 줄을 긋고 법을 만들면서 네것내것 한다지?』한데,그 인위의 법이란 것이 또 나를 고향에 못가게 한다는군요. 고향에 가서 한국의 아름다운 인정한바탕 자랑하려 했는데…. 애원합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키케로라는 로마사람이 말했다고 하더군요. 『가장 엄격한 법률은 가장 나쁜 해약』이라고요. 한국의 하늘 땅 소련의 하늘땅이 다 우리의 삶의 터전인데,사람님네들,우리에게 문화재보호법이 무슨 상관인가요. 왜 그것을 「엄격하게」적용하여 사람 중심으로만 자연의 영위를 보려고 하는 것인지요. 『…가장 태양을 사랑하고 원해야 할 후조이기에/마음의 구속이란 금물이었고/외로움을 날려버린 기류에 살라 함이어라』고 노래한 조병화시인의 「후조」를 생각합니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사람님네들,듣건 대법은 운용의 묘라고들 하더이다. 너무 법,법 하면서 법의 올가미 속에 들어가는 꼴이 하늘을 나는 우리 눈에는 우습소이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1990-04-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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