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인 J씨는 지금도 새 운동화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구두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수제의 살롱구두나 외제상표의 것이라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한 설레임의 동반따위는 없다. 그러나 조깅이라도 하기 위해 새 운동화를 샀을 때는 끈을 꿰어보고 신어보고 신고서 저벅저벅 걸어도 본다. ◆이렇게 좋은 운동화가 이렇게도 쉽게 이렇게 흔하게 널려있다는 것이 J씨같은 세대에게는 문득 신기해지는 것이다. 국민학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운동화」라는 걸 구경한 J씨는 그나마 60명 한반에 2∼3켤레 할당나온 것을 먼빛으로만 본 것이 전부였다. 제비를 뽑아 떨어졌으니까.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한켤레의 운동화로 1년도 견뎌야 하고 걸핏하면 좀도둑이 들어 집어가는 통에 신발을 들고 들어가 방웃목에 벗어 놓아야 하는 시절도 겪다 보니까 어느 사이 「새 운동화」는 보석처럼 빛나는 귀한 물건이 되어 버렸다. J씨와 비슷한 성장기를 보낸 것이 우리의 50대 이상의 대부분 사람들이다. ◆신발만은 한국산이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품질」에 든다고 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운동화에 깃들인 우리들 기성세대의 한이 기여한 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운동화라도 한번 원없이 신어봤으면 하는 원망이 에너지가 됐을 터이니까. ◆공진청이 검사를 해봤더니 재봉틀과 냉장고도 미제보다 한국산이 우수했다고 한다. 가난하고 의심많은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로서는 『설마?』하는 의심이 고개를 들지만 과학적인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의 냉장고와 가전3사의 것을 견주어 보았더니 소비전력도 덜들고 성애제거기능도 더 우수했고 소음도 적었다고 한다. 재봉틀도 손색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궁상맞고 초라하던 시기를 거쳐 오늘의 풍요에 도달한 운동화를 생각하면 재봉틀이고 냉장고이고 안될 것은 없다. 의심하는 마음으로 외제를 넘볼게 아니라,신념을 가지고 우리 제품을 사랑해 볼 일이다.
1990-03-15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