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이근호 기회줬는데 못 살려”
수정 2010-06-01 08:16
입력 2010-06-01 00:00
애초 1일 오후 4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최종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미 탈락한 선수들이 2시간 앞서 대표팀 숙소를 떠나서 귀국길에 올라야 해 갑작스럽게 반나절 정도 앞당겨 명단을 공개했다.
허 감독은 “내일 아침 기자회견 전에 명단이 퍼져 나갈 수도 있어 먼저 발표하게 됐다”면서 “코칭스태프 미팅도 했고, 메디컬 및 피지컬 쪽 의견을 종합하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참작해서 아쉽지만 이근호(이와타)와 신형민(포항), 구자철(제주) 등 세 명을 제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허정무 감독과 일문일답.
- 세 명의 탈락 배경은.
▲이근호는 현재 대표팀 공격수들과 비교해보면 슬럼프를 못 벗어나고 있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기력도 올라오지 못한 상황이다. 신형민은 기대도 많이 했는데 어제 벨라루스와 친선경기에서 안 좋았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 세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 여파가 오래갈 것으로 판단했다. 구자철은 포지션 중복 등을 고려했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가고 싶은데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제외했다.
- 23명으로 추리면서 가장 고민이 컸던 부분은.
▲포워드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공격수 중 이동국(전북)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점이 고민스러웠다. 나머지 선수도 다 마찬가지다. 다른 포지션은 이미 배정됐지만, 공격 쪽은 확실한 옵션이 없는 상황이었고, 선수들의 컬러도 비슷해 고민이 많았다.
- 이승렬(서울)의 선발 이유는.
▲이근호와 비교도 많이 했지만, 우리가 일단 앞으로 월드컵 예선 세 경기를 하는데 약 3주 정도 시간 있다. ‘지금 상승세를 타는 선수가 누구인가?’, ‘지금 경기력이 좋은 선수가 누구인가?’를 생각했다.
- 이동국은 그리스와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출전이 힘들지 않은가.
▲다소 힘들겠지만 두 번째 경기부터는 가능하다고 메디컬, 피지컬 쪽의 의견이 모아졌다. 오늘 아침에도 병원에 가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했는데 상처가 거의 아문 상태다. 지금도 어느 정도 훈련은 할 수 있지만, 일주 후부터는 100% 팀 훈련이 가능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리스와 첫 경기에도 후반 교체 출전 정도는 가능하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동국의 그리스전 출전은 사실상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본선 조별리그 2, 3차전을 뛰는 데는 이상이 없다.
- 김보경의 발탁은 의외인데.
▲실제로 보면 나이를 떠나 경기에서 큰 역할을 해준 선수들이다. 최근 한·일전도 그렇고 동아시아대회 한·일전도 그렇고, 경기에 나가면 결정을 지어주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땄다.
- 어제 벨라루스와 경기가 엔트리 결정에 영향을 끼쳤나.
▲조금은 있었다. 특히 신형민 같은 경우가 그렇다. 어제 경기가 신형민 선수의 탈락에 영향을 줬다.
- 탈락 선수는 어떻게 되나.
▲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근호 등 탈락 선수들의 팀에서 돌려보내 주길 원하고 있다.
- 이근호는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아쉬운 점이다. 현재 피지컬 쪽 수치에서는 나쁜 선수가 없다. 대부분 적응 잘해 가고 있고, 좋아지고 있다. 다만 이근호는 그동안 경기에서 많은 기회를 줬는데도 너무 슬럼프가 길어 아쉬웠다.
- 엔트리 확정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그동안 계속 지켜보고 검토하고 의논했다. 오늘 마지막까지도 이런 점, 저런 점을 고려했다. 포지션상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선수가 얼마만큼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세 경기에 모든 힘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경기에 나갈 수 있고 도움이 될 것이냐를 나름대로 고심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 아직 통보는 못 했다. 이제 돌아가면 선수들과 이야기해야 한다.
- 탈락 선수 중 가장 안타까운 선수는.
▲다 안타깝다. 마음이 썩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 부상당한 선수도 마찬가지고, 그동안 함께 노력했고 땀 흘린 선수들이 탈락할 때의 마음은 아프다.
- 탈락한 선수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그런 점은 여기서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같이 팀에서 훈련해 오다 탈락한 것이 아쉽지만, 선수는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선수로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길이다. 마음이 상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각오는.
▲모든 것은 내가 짊어진다. 최선을 다하고 양심에 거리낌 없다면 만족할 것이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지만,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각오로 남아공에 들어가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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