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강 병기’ 활… 다시 싹쓸이의 꿈

류재민 기자
수정 2021-08-02 01:03
입력 2021-08-01 20:42
金 4개 따낸 양궁, 새로운 여정 시작
‘김우진 8강’ 男 개인전 제외하고 석권연달아 꿰뚫은 ‘로빈후드의 화살’ 기증
실력·준비 철저… 3년 뒤 전 관왕 재도전
17일부터 새달 세계선수권 향해 훈련
연합뉴스
김우진(29·청주시청)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8강에서 ‘대만의 김제덕’이라는 별명을 가진 당즈준에게 4-6으로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개인전은 전력 평준화로 양궁 5개 종목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고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양궁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렸다. 지난달 24일 안산(20)과 김제덕(17)이 멕시코와 벌인 혼성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보여 준 ‘로빈후드의 화살’이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10점에 꽂힌 김제덕의 화살에 안산의 화살이 이를 꿰뚫어 버린 것. 세계양궁연맹(WA)은 초대 챔피언에 오른 것을 기념하고자 화살 기증을 부탁했고 두 선수는 흔쾌히 받아들여 화살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박물관에 전시된다.
한국 양궁은 지난달 24일 열린 혼성 단체전에서 각각 남녀 막내인 김제덕과 안산이 한국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 줬으며 25일에는 안산, 강채영(25), 장민희(22)가 여자 단체전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김제덕과 오진혁(40), 김우진(29)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이 남자 단체전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에서 마지막 사수인 맏형 오진혁이 활시위를 놓자마자 ‘끝’이라고 외쳐 승리의 순간을 더 짜릿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는 안산이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잇따라 슛오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결과 금메달을 따면서 양궁 3관왕에 등극했다.
전 종목 석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6명의 태극 궁사가 보여 준 감동의 메달레이스 배경에는 ‘원칙주의’와 ‘완벽주의’에 가까운 준비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대한양궁협회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선수를 뽑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또 진천선수촌에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똑같은 세트를 만들고 바닷바람 적응 특별훈련, 대회 중 지진발생에 대비한 지진체험 훈련은 물론 선수 각각에게 특화된 명상 스마트폰 앱까지 제공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3년 뒤 열리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 전 종목 싹쓸이의 꿈을 안고 다시 출발한다. 1일 금의환향한 대표팀은 당분간 휴식을 갖고 다음달 20~27일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17일부터 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도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1-08-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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