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으로 앞선 전반 14분 수비수 홍정호가 내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것도 다름 아닌 기안.
기안은 다소 느린 속도의 슈팅으로 타이밍을 빼앗으려 했지만, 정성룡은 방향을 정확히 읽고 여유 있게 페널티킥을 막아섰다.
기세가 오른 정성룡은 그야말로 좌우 상하를 가리지 않고 골문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모조리 걷어냈다.
전반 31분 기안의 방향을 바꿔놓는 절묘한 헤딩슈팅도, 후반 6분 기안이 중앙에서 넘어온 공을 그라운드에 튀자마자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한 것도 정성룡의 장갑에 걸려 허공으로 향했다.
후반 들어 포백 수비진이 허둥지둥하며 연이어 실책을 범할 때에도 정성룡은 최후방 수비수로서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오프사이드 트랙이 무너졌을 땐 재빨리 달려나와 공을 걷어내는 날랜 몸놀림까지 보였다.
비록 후반 17분 빠른 역습에 이은 기안의 슈팅 한 방에 실점하기는 했으나 정성룡은 이날 최고의 수훈 선수라고 해도 모자람 없는 활약을 펼쳤다.
2008년 1월30일 칠레와의 친선경기에서 첫 태극마크를 단 정성룡은 어느덧 대표팀의 붙박이 수문장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모두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A대표팀에선 ‘대선배’ 이운재(전남 드래곤즈)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정성룡의 운명은 뒤바뀌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노쇠한 이운재를 대신해 정성룡을 주전 수문장으로 낙점하고 그에게 골문 살림을 맡겼다.
이를 두고 깜짝 발탁이라는 의견도 분분했지만, 정성룡은 한국의 골문을 든든히 지켜 역대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정성룡은 허 감독의 대표팀 지휘봉을 이어받은 조광래 감독으로부터도 역시 1번 골키퍼로 낙점돼 성공시대를 알렸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정성룡은 “가나를 상대로 2006년 서울에서 졌던 데다 최근 한국 축구 분위기도 좋지 않아 이기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정성룡은 “페널티킥 상황을 자주 연습했고 김현태 코치의 조언도 많이 들었다”며 “페널티킥을 막고 나서 감이 올라와 좋은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3일 열린 세르비아와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길게 찬 공을 막느라 뒷걸음질 치다 골문 안까지 몸을 날려야 했던 정성룡은 “그날은 완전히 ‘몸 개그’를 했다. 오늘은 그래서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상대가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으면 골문 쪽으로 내려가서 막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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